핀란드 여자 아이스하키 45세 공격수 발릴라, 1차전서 팀내 최장시간 맹활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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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운동선수의 전성기는 신체 능력이 절정에 달하는 20대에 온다.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 원숙함, 노련미, 풍부한 경험 등 수식어가 붙기는 하나 흘러간 좋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핀란드 여자 아이스하키 공격수 리카 발릴라(45) 앞에서는 전성기든 노련미든 모두 무의미한 단어다.

발릴라는 지난 11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 미국전에서 1라인 공격수로 무려 24분 44초간 빙판을 지쳤다.

체력 소모가 극심해 조를 짜서 통째로 선수를 교체하는 아이스하키에서 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선수가 가장 오래 활약했다는 것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경기에서 1-3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발릴라는 이번 대회서 캐나다와 금메달을 다툴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미국을 맞아 핀란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발릴라는 올림픽에 여자 아이스하키가 처음 도입된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출전했다.

당시 대회서 핀란드는 동메달을 땄다.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도 출전했지만, 핀란드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스웨덴에 1-2로 져 4위에 머물렀다.

이후 발릴라는 은퇴해 가족을 꾸렸다.

10년 넘게 스틱을 들지 않았던 발릴라는 놀랍게도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다시 가슴에 핀란드 국기를 달았다.
나이 잊었다… 불혹 넘긴 노장 "다음 올림픽도"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발릴라는 평창올림픽 공식 정보제공사이트 '마이인포2018'에 "소치 대회 이후 몸 상태가 좋았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느꼈다"며 평창올림픽까지 나서기로 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안 될 것이 뭐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훈련을 좋아하고 하키를 좋아하는데 뭐가 안 되느냐는 말이다. 겨우 한 번 더 하고 마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여자 아이스하키 1부 리그 선수, 40대 중반, 세 자녀의 어머니, 물리치료사인 발릴라는 그렇게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에 참가했다.

발릴라는 "올림픽은 모든 아이스하키 선수가 서고 싶어하는 무대"라며 "다시 올림픽에 나설 수 있어서, 이 나이에 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쩌면 이번이 발릴라의 마지막 올림픽이 아닐 수도 있다.

발릴라는 "20년 전 내 몸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은 더 영민하게 훈련해야 한다. 너무 많이 훈련하면 안 된다"면서도 "이번 시즌이 끝나고도 상태가 괜찮으면 계속해 나가겠다"고 2022년 베이징 대회 출전을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