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와 3년 갈등서 성남 판정승
중·고교 신입생 모두 혜택
지자체마다 곳간 사정 다른데
지역 간 복지 격차 확대 가능성
주민 과도한 재정부담 우려도
◆정권 바뀌자 성남시 손 들어준 정부
사회보장위원회는 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성남시와 용인시의 중·고교 신입생 교복 무상지원 사업을 수용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사업을 벌이려면 사전에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는데,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안을 마련한다.
성남시는 2015년 8월, 지역 중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지원하기로 하고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했다. 복지부는 그해 11월 ‘취약계층에만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재협의를 통보했다.
성남시는 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상교복 사업을 강행, 2016년 1월 중학교 신입생 전원인 약 8900명에게 1인당 약 28만원의 교복비를 지급했다. 결국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안 마련에 나섰고, 경기도와 복지부는 이와 별도로 무상교복과 함께 청년배당, 산후조리 지원 등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사업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사회보장위원회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던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성남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게 복지부 안팎의 분석이다. ‘복지 확대’를 내세우던 문재인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실시(2020~2022년), 지방분권 강화 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엔 용인시도 무상교복 지원을 결정했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성남시, 용인시의 무상교복 사업을 수용한 이유에 대해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가 보충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심성 공약 활용 우려도
사회보장위원회가 성남시, 용인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정부 차원에서 무상교복 지원을 정책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보장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며 무상교복 사업을 추진하던 지자체가 한두 곳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무상교복이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남시, 용인시 영향으로 경기도에서만 과천, 광명, 안성, 안양, 오산시 등이 무상교복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선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너도나도 무상교복을 선심성 공약으로 내걸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을 내놓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 결과가 자칫 포퓰리즘 정책 확대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곳간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 사이 ‘복지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자 지자체로 꼽히는 성남시는 최근 산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는 산후조리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복지부 동의를 받아냈다.
각 지자체의 무분별한 복지 확대는 결국 지역주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사회보장위원회 관계자는 “지자체 복지사업이 중앙정부 사업과 중복되거나 지역주민에게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하는 경우엔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