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저출산·고령화 전담할 '인구부총리' 신설해야
2018년은 한국 인구 변화의 중대 기점이 될 확률이 높다. 한국 사회의 기둥인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증가해왔다. 하지만 2017년 처음 줄어들었다. 또한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어선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한국이 경험한 적 없던 사상 초유의 변화다. 올해는 이런 인구 변수가 거시경제를 옥죄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구통계 경제학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소멸한다》에서 인구 변화로 인해 한국 경제가 겪게 될 미래를 보여준다.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는 세수는 줄고 복지지출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청년 감소→ 활력 감퇴→ 성장 지체→ 출산 저하→청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생긴다. 인구 감소와 성장 지체가 서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자는 2020년은 2018년에 이어 인구 변화의 또 다른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2018년이 청년인구의 부족 사태를 뜻한다면, 2020년은 인구의 ‘허리’에 속하는 중장년의 제반 갈등이 부각되는 원년이라는 것. 170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5년)의 선두인 1955년생이 65세로 진입하는 해다. 65세는 현역과 은퇴의 갈림길이고 공적연금 수급도 개시된 나이다.

2017년 출생자 수는 40만 명에 그쳤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났을 시기에는 출생자 수가 100만 명에 달했다. 저자는 거대 집단의 대량 은퇴는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한다. 퇴직 후에도 돈이 필요해 일해야 하지만 일자리 자체가 없다. 가족 구성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중년을 넘어 고령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자녀는 독립하지 않고, 연장된 평균수명만큼 부모 부양의 기간도 점점 길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령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때를 2030년으로 본다. 베이비붐 세대가 75세가 되는 해가 시발점이다. 노년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고스란히 사회비용 증가를 야기한다. 빈곤, 질병, 고립이라는 삼중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의료와 간병 서비스 관련 문제는 한국 사회의 최대 갈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끝도 알 수 없는 간병을 해야 할 노인 인구가 넘쳐나게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이미 2016년 적자로 전환됐다. 2025년에는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적자분이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2030년 문제를 극복할 노년 인구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저자는 ‘세대연대’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청년과 노년은 결국엔 연결된 존재라는 인식 아래 실리적인 상생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노년이 연금을 잘 받게 되는 길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퍼져야 한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부모 세대의 육아 지원 등 세대연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문제는 30년 세대 정책을 전제로 끈기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기 영합을 위한 퍼주기식으로 유지될 수 없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문제인 탓에 다양한 분야의 이해집단이 반발하거나 거부, 저항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저자는 강한 리더십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인구부총리’ 신설을 제안한다. 이 정도가 아니면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기존 접근방식으로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