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현황 실시간 모니터링
물길잇기·지하수 관정 개발도
축적된 기술력으로 해외 진출
작년 태국·이란·우즈베크 전파
◆데이터 분석으로 국지성 가뭄 대비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매년 국지성 가뭄이 일상화됐다. 충남 서부 등 일부 지역은 특히 물부족이 심해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4~6월은 197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고 지역의 건강한 생태환경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기후 상황을 감안하면 한시라도 빨리 다양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과학적으로 관리·배분할 수 있도록 관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어촌공사는 최근 5년간 주요 가뭄 지역을 중심으로 용수 공급 현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또 그동안 축적된 물관리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용수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우선 지난해 토사가 쌓여 용수 확보 능력이 저하된 전국 54개 저수지를 대상으로 준설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저수 용량 233만t을 추가로 확보했다. 평년 대비 저수율이 낮은 저수지는 영농기 전까지 물 채우기 사업을 통해 올해 6월까지 926만t의 용수를 추가 확보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일련의 사업을 통해 평년 대비 90% 이상의 저수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용수 확보가 어려운 도서지역과 평야지역 등은 주수원공이 고갈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인근 하천의 여유 수량을 활용해 물길 잇기 사업을 하고 지하수 관정도 개발한다. 연중 용수 공급이 필요하거나 저류공간 부족으로 상습적인 가뭄을 겪는 지역은 시범적으로 지하 댐 건설을 추진하는 등 용수 확보 방법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민간기업과 해외 진출도 추진
농어촌공사는 기존 벼농가 중심, 수량 중심의 물관리에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원예작물 등 영농환경에 따라 수량, 수질, 수온을 달리하는 방식의 관리에 나선다. 또 4계절 내내 맑은 물을 공급하는 ‘맑은 물 공급사업’을 경남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극심한 가뭄 시 염해 피해가 우려되는 간척지는 지역주민과 ‘물관리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수량·수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대체 수원공을 마련하는 등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공사는 정부, 지자체, 유관기관과 손잡고 기관별로 산재된 수자원을 공유해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합동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경북 경주 맑은물사업소와 버려지는 하천수(하루 약 5만t)를 활용하고 있다. 하루 3000t의 울산~포항 간 터널수도 활용한다. 전남지역에선 부족한 생활용수를 장성호 등 농업용 저수지에 지원한다.
농어촌공사는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처하면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관련 기업과 공동 해외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현재 16개국에서 26개 농어촌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과 함께 태국에 이어 이란, 우즈베키스탄에 과학적 물관리 기술을 전파했다. 올해는 물부족 국가를 중심으로 물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공사는 인도네시아의 까리안댐 개발 등 수자원 인프라 구축 사업 참여도 저울질하고 있다.
이종옥 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이사는 “가뭄 등 기후변화가 일상화되면서 영농기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공사는 지역적 특성과 수자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물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등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