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린 거라 생각 안 해…사정 있었을 것"…3년 전 한국적 회복
대한민국 유일한 스키 슬로프스타일 대표…과감한 큰 기술 구사가 강점
[올림픽] 1살때 美 입양됐던 이미현 "평창 통해 친부모 찾고 싶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92개국 2천925명의 선수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대한민국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 이미현(24)의 이야기는 조금 더 특별하다.

1994년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태어난 그는 한 살 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로 입양됐다.

5일 프리스타일 대표팀이 훈련 중인 강원도 횡성군 웰리힐리 리조트에서 만난 이미연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을 통해 친부모를 찾고 싶다.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친부모를 찾을 단서는 안타깝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현은 "3년 전 입양기관을 찾아갔다.

거기 관계자가 '1990년대 입양아 정보를 대부분 아는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한국에 친척도 전혀 없다.

엄마 쪽 친척이 좀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라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은 건 태어날 때 받았던 이름뿐이다.

미국에서 '재클린 글로리아 클링'이라는 이름을 받았던 그는 2015년 한국 국적을 회복하며 이름 '이미현'을 그대로 택했다.

이미현은 "이름은 마음에 든다.

한국 국적을 회복할 때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스키계에서는 '재키 클링'으로 아는 분이 있어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고 웃었다.

이미현의 양부모는 다시 한국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딸의 의사를 존중했다.

그는 '왜 한국인으로 돌아왔느냐'는 질문에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뛸 기회를 얻는 건 새로운 삶으로 이어진다.

이건 정말 큰 기회고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며 올림픽 출전이 직접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올림픽] 1살때 美 입양됐던 이미현 "평창 통해 친부모 찾고 싶다"
다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이미현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다.

그래도 미국인 코치 피터 올리닉을 제외하면 모두 '미현'이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대표인 장유진(17)도 스스럼없이 '미현 언니, 같이 사진 찍자'며 스스럼없이 부른다.

이미현은 "언어 장벽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서로 이해하고 도와준다.

대표팀에서는 형제자매처럼 지낸다"고 설명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걷어내더라도, 이미현은 한국 스키대표팀에서 손에 꼽을 만큼 매력적인 선수다.

지난해 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7위에 오른 이미현은 한국 여자 선수로는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경기 스타일은 '도 아니면 모'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큰 기술을 시도한다.

성공하면 좋은 성적을 내고, 실패하면 아예 하위권으로 떨어진다.

이미현은 "메달 따거나 아니면 꼴찌가 될 수 있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기술이 잘 먹히고 코스가 잘 맞으면 쭉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것"이라며 웃었다.

평창올림픽에서 그의 1차 목표는 결선 진출이다.

지난해 11월 오른쪽 무릎을 다친 이미현은 "이제 몸은 100%라고 믿고 싶다.

다쳤던 오른쪽 무릎 근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완전히 회복해 완벽한 기술을 구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선까지 올라가면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이미현은 "만약 메달을 따고 애국가를 들으면 울 것이다.

감정이 북받쳐 오를 것 같다.

하지만 경기 때는 그런 거 잊고 내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미현이 목표대로 결선에 오르고, 메달까지 딴다면 기적같이 가족을 찾을 수도 있다.

"친부모를 찾으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 안 해봤어요.

뭔가 얘기를 해야 할 건데…. 절 버렸다고는 생각 안 해요.

당시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믿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