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국 삼익악기 부회장이 작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국제악기박람회’에서 자일러 피아노를 소개하고 있다. 삼익악기 제공
이형국 삼익악기 부회장이 작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국제악기박람회’에서 자일러 피아노를 소개하고 있다. 삼익악기 제공
세계 어쿠스틱 악기 시장은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디지털 악기의 인기가 높아져서다. 하지만 이 흐름에 역행하는 시장이 있다. 중국이다. 소득 증가와 함께 피아노를 가르치려는 중국 엄마들이 어쿠스틱 피아노를 집에 들여놓고 있다.

삼익악기는 일찌감치 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교육열 높은 중국 ‘타이거맘’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 덕분에 경쟁이 치열한 중국 피아노 시장에서 5년째 4위를 수성 중이다. 이형국 삼익악기 부회장은 “디지털 악기보다 정통 악기를 선호하는 중국 정서와 타이거맘의 교육열이 맞물려 중국 어쿠스틱 피아노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 매출을 20% 더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행 역행하는 중국서 선전

사드 비켜간 삼익악기, 중국 고급화 전략 통했다
국내에선 2010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피아노 매출이 어쿠스틱 피아노를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에선 어쿠스틱 악기가 디지털 악기보다 많이 팔린다. 어쿠스틱 피아노가 연간 3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세계 최대 어쿠스틱 피아노 시장이다. 삼익악기는 작년 중국에서 5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치열한 경쟁 속에 주강펄리버(중국), 야마하(일본), 파슨스(중국)에 이어 4위를 지키고 있다.

삼익악기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한 것은 가격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고급화 전략을 구사한 덕택이다. 이 부회장은 “절반 이하 가격으로 피아노를 찍어내는 중국 업체들을 가격이나 물량으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일찌감치 고급 브랜드 정책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업라이트 피아노의 평균 가격은 170만원대다. 삼익악기는 400만원 이상 고급 피아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008년 독일 자일러 피아노를 인수한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자일러 피아노는 중국에서 팔리는 독일 브랜드 피아노 중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이다. 삼익악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다. 이 부회장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한국 브랜드인 삼익악기 판매가 5% 줄어들 때도 자일러 피아노 판매는 710% 늘었다”고 했다.

중국 시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 한국 미국 유럽 등의 어쿠스틱 피아노 보급률은 20%인 데 비해 중국은 아직 4%에 그친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중국 정부가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 시장 성장 여력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디지털·어쿠스틱, 두 마리 토끼 잡겠다

1958년 삼익피아노로 출발한 삼익악기는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삼익악기는 올해를 디지털 건반악기 라인업을 완성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9월 독일 디지털 피아노 브랜드 ‘게바’의 국내 유통을 시작했다. 올 상반기 중에는 이탈리아 디지털 피아노 ‘덱시벨’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중국 판권도 확보했다. 덱시벨은 일본 유명 전자악기제조사 롤랜드의 엔지니어들이 세운 회사다. 이 부회장은 “덱시벨은 야마하의 최고급형 제품과 가격대가 비슷한 전문가용 피아노”라며 “입문형(삼익악기), 중급(게바), 전문가용에 이르는 제품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995년 삼익악기에 입사, 내부 승진을 거쳐 2005년부터 삼익악기 대표직을 맡고 있다. 그는 “디지털 악기와 어쿠스틱 악기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올해 중국과 국내 매출을 20%씩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