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은 ‘건축의 꽃’이라 불리는 섬세하면서도 복잡한 건물이다. 외관의 문제가 아니다. 공연장의 목적을 확실히 정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완공 이후 치명적인 오류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선 기준 없이 공사부터 시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반면 문화 선진국에선 각 공연장의 철학을 담고 건물 자체가 공연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

창립 32주년을 맞은 일본 도쿄 산토리홀(사진)은 지난해 2월부터 7개월 동안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했다. 그런데 관객들은 공사가 다 끝나도 외관상으로는 바뀐 점을 거의 눈치채지 못했다. 겉모습이 아니라 소리의 울림과 관련된 공사이기 때문이었다. 6000여 개의 대형 파이프오르간 관 내부를 일일이 재정비하고 내진 시설도 보강했다. 작은 변화지만 이런 정교한 작업들이 더해져 세계적인 콘서트홀로 거듭났다.

1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은 현대적 감각을 지닌 복합단지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각 장르를 전문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위해 2006년엔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을, 2013년엔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하는 제2관을 지었다. 마린스키의 성공적인 변신은 큰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마린스키극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