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로 상품권 구입 후 현금화…'쪼개기 기부' 정황
경찰, KT 본사 등 압수수색… 정치자금 불법 기부혐의 수사
KT 전·현직 임직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이 31일 KT를 압수수색했다.

사건을 맡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KT 경기도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지사 사무실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와 관련한 회계장부 등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 KT의 홍보·대관 담당 임원들이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왔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2016년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를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일부 국회의원에게 '쪼개기'식 정치자금을 내 개인 자격 기부처럼 위장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입법사안을 다룬 정무위원회, 통신 관련 예산·입법 등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통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기부금이 집중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간 기부금과 관련한 자금 흐름 추적에 주력한 경찰은 이날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사건에 연루된 KT 전·현직 임원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7∼8명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진행 상황에 따라 최종 입건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부금 제공 과정에서 회사의 다른 직원들이 동원됐는지, 기부 대상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등은 추가 수사가 필요해 지금 단계에서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