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라이벌'로 표현…中, 미중간 마찰 미리 준비해야"

중국 언론 매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0일(이하 현지시간) 밤 국정연설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가 여전하고 중국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점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31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1시간 20분간 연설에서 중국을 단 한 번 언급했다"며 "미국이 해외에서 실력과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부분이 유일하게 중국이 언급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이 중국을 경쟁자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군사 및 정치적 의도를 위해 논조를 과장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 국방비 삭감 중단과 핵전력 현대화를 위한 지원을 요청한 점을 비난하면서 "미국은 이미 고도의 군사력과 방위예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비경쟁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海外網)도 이번 국정연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라이벌'로 규정했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중미 간 마찰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뒤 1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으며 이민 정책은 미국 노동자와 미국 가정의 이익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취임 초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를 외친 것처럼 이날 국정연설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우위와 위상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자신의 행정부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분명한 비전과 정의로운 사명감으로 전진하고 있다며 새로운 미국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이번 국정연설이 올해 가장 중요한 연설이라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그의 경제정책을 소개하고, 극도로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결속시키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중국신문망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정책에 관해서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점과 이란 핵 협정의 '근본적인 결함'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중앙(CC)TV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세금 개혁·일자리 창출 등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교통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1조5천만 달러(한화 1천70조 원)에 달하는 투자 예산을 의회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집권 1년간 정치 성과를 보여주고 올해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한 기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향후 선거를 대비한 포석 차원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중국에 대해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카터센터의 중국프로그램 연구원인 류야웨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불량정권, 테러단체 등과 함께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중국을 미국의 경쟁자라고 부르고, 특히 중국을 사악한 정권과 테러리스트 그룹과 똑같이 취급한 것은 놀랍고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이런 레토릭은 중미 양국 정상이 긴밀히 접촉하고, 유익한 경제협력을 진행 중인 양국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쑨청하오(孫成昊)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도 "미국이 신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에 이어 국정연설에서도 중미관계를 경쟁관계로 규정했다"면서 "특히 중국이 이익, 경제, 가치관 등 전방위에 걸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쑨 연구원은 이어 "국정연설에서 나타난 이런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년 간 형성된 대중 정책의 기본 골격이 '경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 트럼프 국정연설에 "美우선주의 여전하다" 비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