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일본 교토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카페. ‘가배도’입니다. 음식점 상가 2층의 두꺼운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의외의 고요한 풍경이 펼쳐지죠. 나무 바닥과 빈티지한 인테리어는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해방촌에서 이름난 ‘이로공작’과 ‘커피고작’을 운영하는 주인이 문을 연 카페. 우유가 적게 들어간 라테인 ‘코르타도’는 진한 커피 맛이 일품입니다.
영국 런던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라라브레드’가 괜찮습니다. 유기농 빵과 각종 식빵, 따뜻한 수프까지 준비돼 있어 커피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식빵을 사서 튜브에 담긴 잼을 골라 발라 먹거나, 토스트기에 직접 빵을 구워 먹을 수도 있는 곳입니다. 샌드위치 종류도 많아 건강한 브런치를 원하는 사람에게 제격입니다.
프랑스 파리 뒷골목의 화가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카페는 ‘피치 그레이’.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하면 수채화 팔레트와 종이가 함께 나옵니다. 커피를 마시며 한가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손님들이 그린 그림이 곧바로 전시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인근의 ‘레어 마카롱’은 인절미, 무화과 등 10여 종의 수제 마카롱을 착한 가격에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이죠. 주인장이 직접 만든 은은한 밀크티도 맛이 고급스럽습니다.
이 외에도 귤나무가 인상적인 유럽식 빈티지 카페 ‘카페 마달’, 긴 테이블의 대합실을 연상시키는 카페 ‘이월 로스터스’, 캐나다 캠핑 간식 ‘스모어’와 LP판 음악이 특징인 ‘위커파크’, 모카포트만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오린지(Oh, Linzi!)까지.
송리단길 카페 거리에는 다른 곳과 비슷한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실 송파구는 관광특구가 되면서 석촌호수 주변을 카페거리로 지정한 적이 있습니다. 스타벅스 등 대형 카페들이 대로변에 생기고 임대료가 오르자 작은 카페들은 한때 사라져야 했습니다. 제2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열며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되자 거리 풍경은 또 한 번 바뀌었습니다. 독립 카페 주인들은 골목길로 찾아 들어가 자신의 개성을 듬뿍 담은 카페를 열었습니다.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카페 주인들의 아이디어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한파가 좀 물러난 뒤에요.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