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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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신드롬’은 골프처럼 한국이 테니스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입니다. 정부와 기업의 체계적이고 적극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58·사진)은 25일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한 정현 덕분에 전 국민이 테니스에 열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회장은 26일 정현과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의 4강전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학교에서 팬들과 단체 응원할 계획이다. 그는 “이 열기가 테니스 저변 확대로 이어져야 ‘정현 키즈’들이 ‘제2의 정현’ ‘제3의 정현’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테니스는 골프보다 덩치 큰 산업”

곽 회장은 “테니스는 선진국 스포츠로 대회 규모와 부가가치가 골프를 넘어선다”며 “이번 정현 신드롬이 한국 테니스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면 스포츠산업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곽 회장은 테니스 선수 출신이어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그는 마산고, 건국대를 거쳐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테니스 선수 생활을 했다. 1977년 장호홍종문배 전국주니어초청 테니스대회에서 단식 준우승과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곽 회장은 “테니스 US오픈 우승상금이 39억4000만원, 호주오픈도 34억3000만원으로 골프의 US오픈(24억3000만원), 마스터스 대회(22억3000만원)를 넘어선다”며 “특히 테니스는 남녀 대회 상금이 비슷해 ‘제2의 정현’ ‘테니스계의 박성현’이 등장하면 파급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테니스 인구는 최근 감소 추세로 10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테니스 라켓(40만~50만 자루) 등 관련 용품 매출을 통해 추정한 수치다.

곽 회장은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 1년여 동안 테니스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국내 테니스 인구와 전국 테니스 코트 현황 등에 관한 자료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데이터 구축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내로 완성할 예정이다. 그는 “테니스산업이 성장하려면 협회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를 위한 ‘매직테니스’ 설치”

정현이 한국 테니스 간판으로 성장하는 데 대한테니스협회가 큰 역할을 했지만 기업의 적극적 후원이 있었다. 2003년부터 10년간 테니스협회를 이끈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주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정현의 훈련 비용을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곽 회장은 “최근 들어 기업 후원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현 외에 권순우(21)와 청각장애인 테니스 선수 이덕희(20·서울특별시청) 등 다른 유망주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테니스계를 이끌 ‘정현 키즈’들이 ‘세리 키즈’ ‘박인비 키즈’처럼 등장하려면 주니어 선수 육성을 위한 매직테니스장(어린이테니스장) 확대가 요구된다”고 했다. 매직테니스 공은 일반 테니스 공보다 크고 푹신하다. 라켓도 어린이들이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성인용보다 작고 가볍다. 그는 “선진국에선 매직테니스장이 일반화돼 있다”며 “주무부처와 지자체, 기업들의 도움이 있어야 국내에도 여러 곳에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