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용자의 자금을 대표나 임원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 자금 관리를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물론 위험 인지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NH농협은행·IBK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에 들어간 결과 가상화폐의 취급·관리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일부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은행에 개설된 일반 법인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집금하고 이 중 일부를 대표나 임원 명의 계좌로 이체했다"며 "특히 여러 은행의 집금계좌를 거쳐 가상통화 취급업소 임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이용자의 자금이 다른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여러 계좌로 이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법인과 대표자간 금융거래에서 사기·횡령·유사수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법인계좌의 자금을 여타 거래소로 송금할 경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시중은행들이 이같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했다. 은행 내 자금세탁방지 업무 총괄 부서와 가상화폐 부서간에 역할과 책임이 불문명하고, 경영진과 이사회도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가상계좌 발급과 관련해서도 은행권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은행은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시 내부 절차에서 정한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자금세탁위험에 대한 검토가 없이 가상계좌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업체가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재판매하는 것을 모니터링하지 않아 가상통화 관련 금융거래를 하는 취급업소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적발됐다.

의심거래보고에 있어서도 취급업소가 일반계좌를 가상화폐 집금계좌로 이용하고 있음에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담당 실무자가 임의로 보고를 제외하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

금융위는 "가상통화 거래는 주로 은행 등 금융회사를 거래의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어 금융회사가 자금세탁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일반계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금세탁 위험성에 대비한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취급업소에 대한 고객확인을 강화하고, 추가확인 대상 정보에 금융거래 투명성 관련 부분을 포함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자금이 대주주 계좌로 송금되는 등 취급업소의 비정상적인 자금 운영에 대해 의심거래보고를 강화할 것도 요청했다.

금융위는 "가상계좌 발급시 내부 절차에서 정한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검토 없이 발급한 경우가 있다"며 "가상통화 및 가상계좌 운영에 대한 은행 내부의 감사를 강화하고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가상계좌 재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