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 실패로 20일 밤 12시(현지시간)를 기해 미국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정지(셧다운·shutdown)됐다. 2013년 10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미 상원은 22일 새벽 1시 다시 모여 3주짜리 임시 예산안을 놓고 표결한다.

미 상원은 지난 19일 본회의를 열어 셧다운을 막기 위한 한 달짜리 임시 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부결됐다. 과반 찬성으로 처리되는 다른 법률안과 달리 예산안은 정원의 3분의 2(60표)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미국에서 예산안 처리 불발로 셧다운된 전례는 1976년 이후 모두 18차례에 달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는 셧다운이 21일 동안 계속됐다. 셧다운되더라도 국방·치안,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수도 등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공무는 유지된다.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혜택도 제공된다.

CNN방송은 “셧다운으로 불요불급한 공공서비스들이 먼저 중단된다”며 “80만 명의 연방공무원들은 강제 무급휴가 조치로 집에서 대기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셧다운 첫날은 관공서가 쉬는 주말과 맞물려 전반적으로 큰 충격과 동요가 없는 모습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CNBC방송은 “시민들이 셧다운을 체감하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셧다운은 불법이민 정책을 둘러싼 여야 간 시각차에서 초래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가 폐기한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부활에 준하는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공화당은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과 추첨제 비자제도 폐지 등 이민제도 개선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고수했다.

22일 관공서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상원에서 예산안 협상이 타결되면 셧다운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원은 지난 18일 찬성 230표, 반대 197표로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

골드만삭스는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1주일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2%포인트씩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셧다운 기간이 길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미국 연방정부 업무를 일시정지(shutdown)하는 제도. 의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업무가 중단된다. 국방, 경찰, 소방,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수도 등 필수 업무는 유지된다. 이 기간 공무원은 강제 무급휴가를 간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