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서비스 접근 원한다면 EU 분담금 내고 사법권 인정해야"
메이 "단일시장 떠나더라도 EU 회원국들과 특별한 관계 원해"
마크롱 "브렉시트 때 런던 금융가 특혜없다"… 메이 총리 압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에는 런던 금융가(the City)의 유럽 금융서비스 시장 접근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유럽 단일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영국 입맛에만 맞는 '선별적 브렉시트'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런던 금융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프랑스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영국 버크셔의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제35차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특별한 협력관계와 우의를 강조했지만,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차를 보였다.

브렉시트는 정상회담에서 정식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기자회견에서는 이와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브렉시트 결정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지를 묻는 말에 마크롱 대통령은 "비록 애석하게 생각할지라도 나는 영국 국민의 선택을 매우 존중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영국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부문별로 선별적인 브렉시트를 이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에서 금융서비스 부문의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프랑스의 주장이 영국을 벌주기 위한 것이냐고 묻자 "나는 벌을 주거나 보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모든 것은 영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영국이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원한다면 노르웨이 모델과 같이 EU 예산을 분담하고 EU의 사법권을 인정하면 된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설명했다.

대안으로 영국이 캐나다 모델을 택하더라도 금융서비스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가질 수는 있지만 EU 회원국들과 같은 수준의 권한을 가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프랑스가 브렉시트 이후 유럽 금융서비스 시장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길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 내 금융회사들은 브렉시트 이후 런던에 본부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등 과거와 같은 권한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는 그동안 일관되게 영국의 '체리 피킹(cherry picking·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EU와 캐나다 간 모델을 토대로 그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 부문 접근을 허용하는 '캐나다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 방식을 원한다고 밝혀왔다.

EU-캐나다 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은 자유로운 교역 측면에서 영국 측이 원하는 영-EU FTA 수준에 크게 부족한 모델이다.

CETA는 서비스 교역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영국 경제의 80%가량은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EU 단일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만약 영국이 캐나다 모델 방식을 원한다면 EU 회원국들만큼의 접근 권한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마크롱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는 "이점에 있어서 위선은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단일시장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은 브렉시트 후 EU 단일시장을 떠나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EU 27개 회원국과 깊고 특별한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외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은 EU의 미래가 단일시장을 지키는데 달려 있으며, 결코 영국의 '체리피킹'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는 영국을 벌하기 위한 권모술수적인 전략이 아니라 단지 EU 단일시장에 해가 될 수 있는 특별한 무역 협상을 제안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를 허용하면 다른 회원국으로) 전염의 위험이 있으며, 이는 EU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