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논란으로 뒤숭숭한 하나금융지주가 증시에선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리 상승 추세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 가능성과 ‘군살 빼기’ 효과가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들은 올 들어 잇따라 이 회사 목표 주가를 올려 잡고 있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나금융은 300원(0.56%) 상승한 5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위험)가 불거진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1.04%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이날까지 13.80% 올랐다. 이 기간 금융업종지수 상승률(3.71%)보다 높은 수치다.

하나금융이 최근 강세를 보이는 건 지배구조 위기를 떨치고 올해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작년보다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해 2조328억원(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려 창사 후 처음으로 ‘순이익 2조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올해는 7.23% 증가한 2조1798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증권업계가 하나금융의 올해 실적이 더 나아질 것으로 보는 가장 큰 근거는 금리 상승 추세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NIM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 회사 목표가를 6만5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높였다. KB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등도 올 들어 하나금융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시작된 군살 빼기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은 두 은행 간 통합 이후 조선 해운 등 위험 업종 대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손실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4분기엔 SK하이닉스 주식 450만 주를 팔아 230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올해는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매각차익(5000억원)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가외 수입’도 쏠쏠할 전망이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개선되는 추세다. 하나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자본비율(보통주자본/위험가중자산)은 2015년 말 9.79%에서 작년 9월 말엔 12.74%로 상승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하나금융이 금융권 인수합병(M&A)전에 적극 참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은 증권 보험 신용카드 등 비(非)은행 부문 비중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잠재 매물을 대상으로 M&A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마이크로파이낸스와 리스금융, 자동차금융 시장을 우선 개척할 계획”이라며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계열사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통합한 데이터센터를 준공하는 등 디지털사업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