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환경 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가 불공정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폴 로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일 “세계은행이 기업환경 평가 순위를 매기는 방법론을 반복적으로 변경함으로써 통계상 잘못 계산된 부분이 발생했다”며 “국가경쟁력과 직접 연결되는 평가 순위를 수정하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그는 최근 변동이 심한 국가로 칠레를 꼽으며 “(세계은행) 직원의 정치적인 동기로 (이 보고서가) 더럽혀졌다”고 말했다.

기업환경 평가 순위는 세계은행이 기업의 창업과 운영, 도산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반적인 경영 환경을 각국마다 평가하는 것으로, 국가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의 하나다. 지난해 한국은 190개국 중 4위에 올랐다.

칠레는 2006년 이후 사회당의 미첼 바첼레트와 보수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집권하는 동안 순위가 26위에서 57위를 오르내렸다. 특히 바첼레트 정권이 재집권한 2014년 이후 새로운 요소들이 칠레의 순위를 크게 떨어뜨렸다. 2015년 칠레는 조세 간편화 정책으로 조세 부문에서 33위에 랭크됐지만, 2016년에는 부가가치세 환급 등이 평가 기준에 들어가 120위로 하락했다.

로머 이코노미스트는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칠레와 이로 인해 기업환경에 잘못된 오해를 받은 모든 나라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평가보고서 책임자인 칠레 출신의 아우구스토 로페즈 클라로스는 “광범위한 내부 검토를 거친 뒤 평가 기준을 변경했으며 전체 프로세스는 투명성과 개방성의 관점에서 수행됐다”고 반박했다. 세계은행은 13일 성명을 내고 “진정성과 투명성에 우려가 나온다면 칠레에 대한 외부적 검토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