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청와대 홈페이지에 쏟아진 여론을 의식하느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법안과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5시간여 만에 공개 반박에 나서서다. 법무부 발표가 청와대와의 조율 없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여론을 의식해 정책 방향을 너무 쉽게 뒤집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1일 오후 5시20분께 “가상화폐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나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이 이날 낮 12시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법안을 준비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부처 간 이견이 없다”고 말한 것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박 장관의 발언과 청와대의 부인으로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SNS상의 비판 여론은 더 거세졌다. 가상화폐 국내 시세는 10~20%씩 일제히 급락했다. 거래자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서면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서버가 일시 마비되는 일도 발생했다. 더 큰 후폭풍은 박 장관의 발언을 청와대가 공식 부인하면서 벌어졌다. 폭락했던 가격은 다시 널뛰듯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가격 급등락에 거래자들은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가 정책방향을 오락가락 뒤집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발언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박 장관이 가상화폐를 매수했다는 식의 풍자글도 온라인에 퍼졌다. 한 가상화폐 거래자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 한마디에 가격이 급등락하는 걸 봐왔으면서 이렇게 시장을 흔들어도 되느냐”며 “혼란만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날 청와대와 법무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내성만 키워 투기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가상화폐 거래자는 “정부가 여론 눈치를 보느라 실질적으로 통할 수 있는 규제책을 못 내놓은 거 아니냐는 여론도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