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부장판사 김시철)는 11일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해지에 따른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산업은행 등이 1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화그룹은 2008년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케미칼)과 (주)한화, 한화건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 주를 6조3002억원에 사들이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행보증금으로 인수가의 5%에 해당하는 3150억원을 산업은행에 지급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당초 계획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한화는 지분 분할 매입 등 인수 조건 변경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당초의 MOU 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전액 몰취했다.
한화는 2009년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확인 실사를 저지하고 있는데도 산업은행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노조를 상대로 ‘선(先) 협상, 후(後) 실사 원칙’에 합의해줘 최종 계약 전에 확인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며 소송을 냈다.
1, 2심은 “대우조선이 상장기업인 만큼 정보가 공개돼 있어 확인 실사는 불필요했다”며 산업은행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한화가 막대한 이행보증금을 지급하고도 확인 실사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건 부당하게 과다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도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산업은행이 입은 손해만큼을 제외하고 남은 액수를 돌려주라고 판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판결문을 받아보고 검토한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