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사진)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회사 주식을 줄줄이 사들이고 있다. 한때 경영권을 놓고 지분매입 경쟁을 벌였던 2대 주주 CNH캐피탈이 최근 지분을 확대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 회장의 장남인 구교선 씨는 지난 4일 대구백화점 주식 244주를 매입했다. 구씨는 이번 매입으로 대구백화점 지분율이 1.22%(13만1915주)로 늘어났다.

구 회장도 작년 이후 최근까지 회사 주식 3만4818주를 총 4억원에 사들여 지분율을 13.2%(142만8953주)까지 늘렸다. 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016년 말 20.86%에서 21.62%로 증가했다.

CNH캐피탈은 대구백화점 주식을 작년 4208주, 2016년 3만8547주 사들였다. 이 회사의 대구백화점 보유 지분은 2016년 초 9.19%에서 9.58%로 늘었다. 2대 주주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NH캐피탈이 대구백화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물밑’에서 벌어지던 구 회장 측과 CNH캐피탈 간 신경전은 2014년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폭발했다. 지분율을 15.98%까지 늘린 CNH캐피탈은 주주총회를 통해 자신이 추천하는 비상근 감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놓고 대구백화점 오너 일가(당시 지분율 19.70%)와 표 대결을 벌였다. 대구백화점이 2014년 공개매수 방식으로 CNH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6.8%를 사들이면서 분쟁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지만, 2016년 이후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너 일가가 개별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대구백화점도 자사주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대구백화점의 자사주 지분율은 28.64%다. 기업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유사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등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계열사들도 대구백화점 주식 매입에 나섰다. 대구백화점 자회사인 대백저축은행은 작년에 대구백화점 주식 1만 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0.53%로 늘렸다. 대구백화점과 대백저축은행은 이에 따라 상호출자 구조를 형성하게 됐다.

구 회장의 부인인 최정숙 대표가 지분 52.3%를 보유하고 있는 광고업체 아이에스제이커뮤니케이션도 대구백화점 지분 1.28%를 들고 있다. 아이에스제이커뮤니케이션은 대구백화점을 대상으로 연 10억원가량의 매출도 올리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