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남북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낭독한 북측 공동보도문 3항은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민족끼리의 원칙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우리측 공동보도문에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라고 적시된 부분을 북측은 '우리민족끼리의 원칙에서'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북측이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 특히 한미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목적으로 '우리민족끼리'를 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남북대화 과정에서 북측이 남측에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며 '우리민족끼리 원칙'을 근거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공동보도문에 '우리민족끼리'라는 문구를 넣으려고 막바지까지 애썼지만, 결국 양측이 각각의 표현을 담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공동보도문 조율 과정에서 막판까지 현안이 됐던 사항을 묻자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함께 '우리민족끼리' 같은 공동보도문상 표현의 문제들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백 대변인은 남북 간 표현이 다른 데 대해선 "어제 오랫동안 단절되었다가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공동보도문 형식으로 표현이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이번 남북 합의가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에 악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였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런 지적과 관련해 "그렇게만 보면 논란이 되고 할 텐데 (남북이) 합의했다고 비핵화를 풀어나가는 데 이제는 국제사회와 공조를 안 하겠느냐"고 말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남북간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기존 (대화·압박 병행) 기조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데 그럴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남북 합의에 '우리민족끼리'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내놓은 남북정상선언이 처음이다.
북한은 이후 남북관계를 언급할 때 외세의 간섭 없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해왔다.
특히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며 핵 개발에 매진하면서는 '민족공조 대 국제공조'의 틀을 내세우며 남측에 선택을 요구해왔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도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 제목의 논평에서 "민족자주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북남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방도"라며 "외세에 의존하여서는 절대로 북남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