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회담 전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양측 수석대표의 모두 발언에서 양측이 무게를 두는 의제에 대한 입장 차이도 엿보여 주목된다.
조명균 수석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이번 겨울이 춥고 눈도 많이 내려서 겨울올림픽을 치르는데 좋은 조건이 되었다"며 "북측에서 대표단, 귀한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 잘 치러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저희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셈이다.
그러나 리선권 북측 단장은 "장관 선생이 이제 그 평창 올림픽부터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확실히 유년시절에 스케이트 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측은 남북관계 복원에 더 관심이 있음을 보여줬다.
리 단장은 2000년 6월에 태어나 올해 18세가 돼 대학에 간 조카를 거론하면서 "뒤돌아보면 6.15 시대 그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었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로부터 시작해 속도를 내는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듯 "연초 시작부터 그 스케이트 탔기 때문에 확실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명균 수석대표는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소개하며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겠다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에 관심이 있지만, 남측에서는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 문제를 풀면서 남북관계는 천천히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정부 통일외교부처의 고위간부는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됨에 따라 이번 회담에 나서는 남북 양측의 강조점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이 차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남북 양측 수석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선물'을 언급한 것은 회담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리선권 북측 단장은 모두 발언에서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다.
이 천심을 받들어서 북남 고위급회담이 마련됐다"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명균 남측 수석대표도 "오늘 첫 남북회담에서 아까 말씀하신 민심에 부응하는 좋은 선물을 저희가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25개월 만의 회담을 통해 남북한이 대화를 시작한 만큼 합의를 해서 새해 초부터 만들어진 남북화해의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사실 회담의 모두 발언은 그 회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으며 남북관계가 좋지 않으면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번에는 그런 언급을 찾아볼 수가 없어 긍정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