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유럽 주도권 노려…시진핑, 트럼프 독주 차단 노림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제현안에서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정상은 전날 밤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이 새해 처음으로 국빈 방중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는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프랑스 관계를 거슬러보면, 프랑스는 서방 강대국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체결한 국가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국가 주석과 샤를르 드 골 장군이 1964년 선견지명을 갖고 역사적인 외교관계를 체결했다면서 이 결정은 당시 세계를 뒤흔들었고 지금도 세계 발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새로운 시대에 역사적 책임을 져야하며 양국 간 밝은 미래를 향해 올바른 길을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또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양국이 사회체제나 발전단계, 문화상의 차이를 초월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포함해 주요 국제현안에서 프랑스와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중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일대일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에 극진한 성의를 표시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 방중기간 양국은 경제무역 및 문화 분야에서 50개 경협 프로젝트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는 중국에 100억 달러 규모, 여객기 100여 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협의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 주석의 안내로 자금성(紫禁城)도 참관했다.

시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의 자금성 참관을 안내한 것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먹는 예우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을 이렇게 예우하는 데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위한 우군확보전략의 하나로 보인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유럽연합(EU)에서 힘이 빠진 영국에 앞서 프랑스 대통령을 초청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달말 방중 예정이나,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마크롱 대통령이 새해 바쁜 국내일정을 제쳐두고 중국을 방문한 것과 관련,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승인하는 등 돌출행위를 거듭하는 걸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이번 방중을 통해 유럽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둬웨이는 분석했다.

프랑스는 영국 브렉시트 이후 신유럽의 금융중심이 되기 위해 독일과 경쟁하고 있다.

둬웨이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에 내몰리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정 협상에 골몰하는 상황을 이용해 중국 방문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고 유럽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둬웨이는 또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통해 독일과 영국에 뒤지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규모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마크롱과 정상회담후 자금성 동행참관… 트럼프급 예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