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통합 결심은 아직"…'햇볕·안보관' 견해차로 균열 커질 우려
전대 정족수·전준위 구성도 순탄찮아…중재파 "조기사퇴" 요구 비등
유승민은 주춤, 전당대회는 난항… '진퇴양난' 안철수
거침없이 통합 드라이브를 걸어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뜻하지 않은 복병을 안팎에서 맞이하며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통합을 둘러싸고 바른정당과의 이견이 노출된 가운데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통합과 관련해 유보적인 언급을 하는가 하면, 당내 합당 의결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당내 중재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통합 이전에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요구가 비등하고 있어, 안 대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유승민 대표는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통합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저 혼자 할 일이 아니라 당이 같이 하는 것"이라며 "내일 의총에서 상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대표는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안보정책 차이와 관련, "안보위기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안보위기 해법에 대한 생각이 같은 정당과 (통합) 하는 게 맞다"고 말해 외교안보 정책 철학과 기조에 있어서의 의견 일치를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양당 교섭채널인 '통합추진협의체(통추협)'에서 통합신당의 정강·정책에 대북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반영할지를 두고도 균열이 노출된 일이 있다.

양측이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북·외교 정책에서의 균열이 표면화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유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안 대표를 압박하면서, 이것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통합 판단을 재고할 수 있다는 뜻마저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안 대표는 대내적으로도 통합을 위한 필수 절차인 전대 개최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최근 전대에서 '케이보팅'(K-voting)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그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통합 전대를 추진하려던 안 대표 진영은 전대 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안 대표 측은 별도의 공인인증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투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방식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탓에 투표율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통합파는 여기에 권역별 전당대회 개최를 포함한 '플랜B'를 논의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반대파의 각종 절차적인 문제 제기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상돈 의원은 이날 반대파 의원 모임인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회의에서 "합당 여부를 두고 말이 많은데,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반대토론 등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허용해 합당 안건 통과를 어렵게 할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전대 시행세칙 제정을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통합파 사이에서 전준위원장 물망에 오르던 김중로 의원의 한 비서관이 이날 오전 운동본부 측 비공개 회의에 잠입했다가 들통이 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전준위를 객관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반대파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중립적인 위치에서 봉합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의원들이 전대에 앞서 안 대표가 조기 사퇴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내놓고 있는 것도 안 대표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아직까지 안 대표 측은 당대표 사퇴시 통합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도통합'에 힘을 싣고 있는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안 대표가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손 고문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제3세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안철수 대표가 통합을 안한다고 했다가 일방적으로 통합선언을 했는데, 잘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선언 후 의원총회에도 가지 않고 설득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호남을 안고 가야 하며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