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태극기 집회’ 후원자들의 금융계좌를 조회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동일 사안인 ‘촛불 집회’ 불법 모금 의혹에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홍승욱)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운동(퇴진행동)’을 주도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승철 민주노총 조직실장, 김현식 퇴진행동 사무국장 등 네 명의 불법 모금 혐의에 대해 지난달 무혐의 처분했다. 이로써 시민단체인 ‘정의로운 시민행동’이 2016년 12월 불법 모금 혐의로 처벌해 달라며 제출한 고발 사건은 1년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됐다.

촛불·태극기 '기부금' 수사 형평성 논란
정의로운 시민행동은 당시 고발에서 촛불 집회 측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불법 모금을 했다고 주장했다.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4조에 따라 1000만원 이상 모금하려면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계획서’를 작성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사전 신고해야 한다.

퇴진운동은 모금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퇴진운동 홈페이지에도 2016년 10월29일부터 2017년 3월20일까지 계좌후원 약 20억2000만원과 현장모금 약 18억2000만원 등 총 39억8000만원을 모금한 사실이 게재돼 있다. 증거를 스스로 밝히고 있는데도 증거 불충분을 종결 사유로 내세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실수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통상적인 절차인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해 면죄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고발인도 부르지 않은 채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수사를 종결한 것은 전형적인 뭉개기·면죄부 수사”라고 지적했다.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대통령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에 대한 경찰 고발도 같은 시민단체에 의해 이뤄졌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지난해 11월 말 탄기국 간부 네 명을 기부금법 위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총 모금액 63억4000만원 중 25억5000여만원이 불법 모금이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태극기 집회를 후원한 시민 2만여 명의 금융정보를 조회한 사실도 밝혀졌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경찰이 자신의 신념과 애국심으로 행동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면 (나치 경찰) 게슈타포와 다를 게 없지 않는가”라며 당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