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정책제안] 정보공개청구 1편 '적극적' 방어자들에서 이어집니다 !.!

국민 누구나, 공공기관의 어떤 행정 정보에든 접근할 수 있답니다.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민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에 보유 정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 허용 범위 안에선 정보 종류나 분량에 제한도 없습니다. 청구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 또는 접수한 모든 형태의 기록'으로 규정합니다. 사실상 모든 정보죠. 국민에게 알권리를, 공공기관엔 국민의 요구를 따를 의무를 부여한 좋은 제도입니다.

뉴스래빗도 이 제도를 늘 활용합니다. 국민으로서 행정 정보를 요구해 데이터 저널리즘을 제작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늘리기 위해서죠. 하지만 정보공개청구는 경험 많은 뉴스래빗에게도 여전히 높은 벽입니다. 정보공개청구가 더 좋은 제도로 성장하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데이터 정책제안] 세 번째, 정보공개청구 2편은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합니다.

사례 #1. "무슨 일 하세요?" 신분을 따진다
"처리 과정 중 의문점이나 불분명한 사항은 임의 처리하지 마시고 반드시 저에게 연락 부탁드립니다."

뉴스래빗은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마다 위와 같은 요청사항을 늘 남깁니다. 엉뚱한 정보를 받고 청구를 종결당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요청 사항에 위와 같이 명시하면 공공기관 담당자가 하루이틀 내로 전화를 걸어옵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가장 먼저 묻는 건 정보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

특이하게 공공기관 담당 공무원은 청구인의 신분이나 직업 등을 자주 묻습니다. 뉴스래빗이 겪은 사례 중 하나입니다. 지난 3월 서울시청에 시내 흡연구역 지정 관리 현황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25개 구에 정보공개청구 25건을 넣었습니다. [데이터 정책제안] 1회에서 다뤘듯 서울시 전역에서 시행 중인 행정 정보는 대부분 관할이 각 자치구로 분산돼 있습니다. 한 데이터를 25건으로 나누어 청구했으니 받아야 하는 확인 전화는 25통 이상이죠.

그 중 한 자치구 담당자가 "무슨 일을 하시분 분이실길래 이런 자료가 필요하시냐"라고 수차례 물었습니다. 뉴스래빗은 늘 한결같이 답합니다.

"정보공개 요청 때 청구자의 신분은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답하지 않겠습니다."

완곡한 거절입니다. 담당자들은 늘 "그러시냐"며 재차 묻지 않습니다. 담당자들 역시 이런 질문에 답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곤 자연스레 다음 정보 제공 절차를 진행합니다. 정보공개 청구 자료는 대부분 이후 받았습니다. 하지만 뭔가 답답한 마음은 떨치지 못했습니다.

사실 공공기관 담당자나나 공무원으로부터 신분 관련 질문을 받으면 일반 시민은 다소 위축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마치 신분증을 제시해야 출입할 수 있는 정부 건물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안 물어도 될 정보공개 청구자 신분을 굳이 먼저 묻는 이유, 우리나라 공무원의 일종의 방어적 업무 관행과도 닮은 듯 했습니다.

사례 #2. "왜 필요하시죠?" 목적을 따진다

지난 해 8월엔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문제를 다뤘습니다.
[단독]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3년새 33% ↑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단속 건수 집계 자료에 추가 취재를 병행하니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엔 부정승차자 전수를 파악할 만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매년 비슷한 규모의 단속 건수를 채우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특정시기를 부정승차 단속 기간으로 정해놓고 적발하기 때문입니다. 서울교통공사 1년 수익의 90% 가량은 운수수입에서 나옵니다. 수익 구조의 핵심이라 할 만한 곳에 존재하는 근본적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셈입니다.

뉴스래빗은 당초 무임승차(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 합법적으로 교통비를 내지 않는 경우)와 부정승차를 아우르려 했습니다. 우선 서울교통공사를 대상으로 3년치 무임승차 현황을 청구했죠.

전화를 몇 차례 돌려받은 후에야 연결된 담당자는 대뜸 "어디에 필요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정보공개청구 때 청구인의 취득 목적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법에 따르면 목적을 밝혀야 할 경우는 딱 한 가지입니다. 수수료가 발생할 때입니다. 공공기관이 해당 정보를 모으는데 비용이 발생할 경우입니다. 정보를 우편 등으로 개인에게 발송할 경우 우편비용을 내야하기도 합니다.
제17조(비용 부담) ②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의 사용 목적이 공공복리의 유지·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비용을 감면할 수 있다.

다만 공개하는 정보가 공공복리에 도움이 된다면 개인이 내야하는 비용을 감면해줍니다. 이럴 때만 공공복리에 부합하는 목적인지 따져야할 필요가 있죠.

원칙은 공공기관이 처리 과정에서부터 청구인에게 목적을 물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뉴스래빗은 담당자가 목적을 물을 때 "목적을 꼭 밝힐 필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합니다. 담당자는 이내 수긍하고 다음 절차를 진행합니다. 필수 요청사항이 아님을 알고 있거든요.

사례 #3. "기자고, 보도 목적입니다", "아 네…"
정보공개법 제5조(정보공개 청구권자) 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데이터 정책제안] 1회에서 언급한 기상청 예·결산 정보공개청구 당시도 우여곡절은 있었습니다. 사전공개 대상임에도 양이 많아 공개를 꺼렸던 기상청.

"신분과 목적은 밝힐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응해도 "그래도 (보고하려면) 목적은 알아야 해서…"라며 버텼습니다.

"나는 기자고 보도 목적이다"라고 밝히고 나서야 가까스로 데이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법이 정한 기본을 잘 지켰다면 간단히 얻었을 정보를 보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사실 서울지하철 부정승차 단속 현황 자료도 기자 신분을 밝히고 서울교통공사에 공식 요청해 받았습니다.

# 신분=국민, 목적=알 권리

법은 공개 가능한 정보라면 청구자의 신분과 목적에 상관 없이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청구자는 신분과 목적을 묻는 공공기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공기관이 필수가 아닌 사항을 물으며 정보공개청구 제도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뉴스래빗은 모든 공공기관에 '적극적 정보공개'를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법이 명시하고 있는 정보공개제도의 기본입니다.

법은 청구인 신분이나 공개 목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데이터 정책제안] 정보공개청구 ①·②편에서 목도한 '적극적' 방어 방식은 다양하고 차별적입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가로막는 방어막을 공공기관 스스로가 만들고 있습니다. 업무 편의를 좇기보다 법이 명시한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하고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증대시키는 길입니다.

만약 정보공개청구 담당자가 신분과 목적을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 봅시다 !.!
"신분은 국민이고, 목적은 국민의 알 권리다"

아니, 그 전에 공공데이터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먼저 정보공개청구인의 신분과 목적을 묻지 맙시다. 왜냐하면 청구인 대부분의 신분은 국민이고, 그 목적은 알권리를 늘리기 위함일테니까요.

#데이터 정책제안 ? 질 좋은 데이터저널리즘 콘텐츠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뉴스래빗이 공공데이터 수집 및 정제, 분석 등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데이터 관련 정책을 정부 및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제안합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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