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단추’ 발언에 대해 “지켜보자(We’ll see)”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송년 모임을 열기에 앞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고 미 전역이 (핵무기) 사정권 내에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지켜보자. 지켜보자”고 답했다.

북한이 한국에는 대화 제스처를 보낸 반면 미국엔 핵단추, 미 전역 사정권 등을 언급하며 강경한 자세로 위협한 저의 등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정은이 남북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외세(미국)가 개입하는 핵 전쟁 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며 “이 같은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 검토 발언 후 나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끈질기게(doggedly)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군사행동으로 위협해왔다”며 “북한이 그 간극을 대화 시그널로 파고들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 발언과 관계없이 새해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위한 최대의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국과 대북정책에 대해) 합의한 것은 북한을 매우 거칠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핵을 보유한 위협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내가 합의한 바가 아니다”며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무역보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핵탄두 장착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도록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해야만 한다면 군사력을 사용해서 막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미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을 설명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