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게 사상 최대의 호황을 안겨준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올해에도 지속될지 관심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들과 증권가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지지만, 지난해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1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D램 시장의 규모는 722억 달러(약 77조1천억원)로 2016년(415억 달러)보다 74.0%나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에도 성장세는 계속된다.

IHS는 올해 D램 시장 규모를 844억 달러(약 90조1천억원)로 예측했다.

다만 성장세를 보면 16.9%로 올해와 견주면 4분의 1이 채 안 된다.

반도체 업계에선 올해 D램의 경우 기업용 서버 등의 꾸준한 수요로 인해 출하량은 늘지만 평균판매단가(ASP)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플래시 마켓 역시 2016년의 368억 달러에서 지난해 46.2% 증가한 538억 달러(약 57조4천억원) 규모로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작년보다 10.0% 확대된 592억 달러(63조2천억원)가 될 것으로 IHS마킷은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1분기에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시장 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공급이 작년 4분기에 비해 6.0% 증가하지만 수요는 0.1% 감소할 것이라고 지난달 예상한 바 있다.

1분기가 전통적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비수기인 데다 삼성전자, 도시바메모리 등 메이저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능력(Capa)을 확대해 수급 간 불균형이 생긴다는 것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첨단 제품인 3D(3차원) 낸드플래시의 수율(양품의 비율)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공급 증가의 요인으로 꼽았다.

'반도체 굴기(堀起·우뚝 섬)'를 선언한 중국이 올해 말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공급 확대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산업 현황을 진단하면서 푸젠진화반도체(JHICC), 이노트론메모리, 칭화유니그룹 등을 3대 주요 업체로 꼽았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분야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관심사"라며 "메모리는 국가 안보와도 잠재적인 관련성이 있는데 중국은 반도체 부품을 크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푸젠진화반도체의 경우 정부 보조금의 지원을 받아 이르면 올해 말께 국제 시장에 진입할 수준의 특허를 확보할 수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또 이노트론은 메모리 반도체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크면서도 기술 장벽이 높은 모바일 D램에 주력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양쯔 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YMTC)가 중국 업체 중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은 기술 수준이 낮은 메모리 카드나 USB 드라이브를 생산하는 단계지만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경쟁이 치열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보조금이나 정책 지원과 결합하면 중국 정부가 수입 메모리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는 세계 반도체 업계의 '큰손'인 삼성전자의 내년도 투자 규모와 방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에 110억 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 반도체 업계 투자액의 25%가량을 차지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 평택 라인 2층 2차 투자의 방향에 따라 이미 둔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낸드 업황과, 아직은 양호한 D램 업황의 둔화 시기, 강도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따라서 곧 발표될 내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품별 투자 규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의 수급은 2018년에도 공급 부족 현상에 따른 가격 상승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삼성전자의 D램 투자"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삼성전자의 D램 투자에 따른 시장 공급량 교란은 없을 전망"이라며 "2018년 중 웨이퍼 투입에 따른 물량 증가는 4분기에 일부 있을 전망이어서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