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에서 지난 16일 숨진 신생아 네 명 중 세 명의 혈액에서 같은 항생제 내성균이 검출되면서 의료과실이나 병원 감염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균에 오염된 수액이나 주사제 등이 혈액에 직접 들어가면 사망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한국 의료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K의료 민낯' 보여준 이대목동병원 사태
◆같은 수액 치료 받은 뒤 사망

이대목동병원이 외부 전문가에 의뢰해 꾸린 역학전문조사팀에 따르면 숨진 신생아들은 수액이나 주사제를 통해 항생제 내성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숙아는 수액으로 영양 공급을 받는다. 병원은 이들이 숨지기 하루 전인 15일, 주말과 휴일 동안 투여할 종합영양수액을 미리 만들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나누고 배합하는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내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주사제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부 보호자는 “바구니에 있던 공갈 젖꼭지를 (의료진이 아이에게) 그대로 물렸다”며 신생아중환자실(NICU)의 관리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추정에 불과하다. 신생아들이 감염된 세균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증상이 세균 감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혈액으로 세균이 들어갔더라도 네 명의 아이가 80분 사이에 차례로 사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감염관리 소홀 드러나

신생아들의 사인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한국 의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학병원 중환자실은 감염 사고가 빈번한 장소 중 하나다.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가 집중적으로 모이는 데다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감염 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환자실 감염 건수는 7975건에 이른다. ‘병원에 가서 병 생긴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10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이 흔할 정도로 병상이 밀집된 환경도 병원 감염을 키우는 원인이다. 한국 특유의 문병, 가족 간병 문화도 감염 위험을 높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감염관리를 위해 보호자 출입을 제한하는 병원이 늘었지만 여전히 상당수 병원에서는 보호자들이 자유롭게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

◆열악한 의료환경도 ‘공범’

의료계에서는 열악한 NICU 환경이 사고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번 사건이 국내 어느 대학병원에서 발생했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의료기관이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서 NICU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신생아학회 등은 국내 중환자실과 응급실 원가보전율이 40~80%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병상 1개당 한 해 5800만원의 적자를 내면서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인력을 줄이고 값싼 치료 재료를 쓰며 원가 절감을 하다 보니 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신생아 전문의 한 명당 신생아 수는 3455명으로 일본(810.8명)의 4배에 이른다. 전문의 한 명이 10명 이상의 신생아 중환자를 돌보는 병원도 82%에 달한다. 사고가 난 시간 이대목동병원에서 16명의 신생아를 돌보던 의료진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사 등을 포함해 여덟 명이다. 이들이 네 명의 신생아에게 동시에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항생제 내성균이 만연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사망 신생아들은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됐다. 한국의 항생제 사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내성을 갖게 돼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