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원화 강세가 주식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화 강세로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큰 수출주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3원50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16일 1100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9거래일 만에 1080원 선마저 무너지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폭이 둔화되면서 1090원 선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찬호 삼성선물 외환전략팀장은 “무역수지가 견조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달러화 약세가 예상된다”며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그 이후엔 미국과 세계 경기가 환율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60∼1115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에서 원화 강세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원화표시 자산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돼 코스피지수가 올라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대 중반과 후반에 원화 강세가 코스피지수 상승과 함께 갔던 것은 시장의 주도주가 원자재 관련 원화 강세 수혜가 큰 조선, 철강, 화학 등이어서 가능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당시와 달리 올해 코스피지수의 2500 돌파를 가능케 했던 주도주는 정보기술(IT)주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IT 수출 제품의 결제는 달러로 이뤄져 환율 하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3.0%)뿐 아니라 자동차, 선박 등 운송장비(-4.0%)와 기계장비(-2.8%) 산업의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수출 비중이 높고 수입 원자재 투입 비중이 작아 원화 강세가 악재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업종들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은 실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원화 강세가 심해질 경우 IT주들의 실적 신뢰도가 약해지면서 대량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 경기 호조가 지속되고 있어 환율보다 수요 회복이 수출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강세는 무역수지나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매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결과”라며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실적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사들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률(6.5%)을 유지할 수 있는 1050원 선까지는 수출주들의 이익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