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예산안 통과 후폭풍에 휩싸였다. 국회가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당이 ‘패싱(무시)’당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원내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2일 새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가운데 경선 후보들이 예산안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서 “사회주의식 좌파 포퓰리즘 예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 동지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 예산안 핵심 쟁점에서 한국당 주장을 관철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제원 의원은 보다 직접적으로 원내 지도부를 겨냥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우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원회 의장 등의 지역구 예산이 천문학적”이라며 “전략도 대책도 결기도 없이 당한 치욕이 이런 것 때문이었느냐”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미래를 위한 예산은 증액하되 불필요한 예산, 현금 살포용 포퓰리즘 예산은 과감히 감액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완장부대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된 혁신 읍·면·동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중립 후보 단일화추진위원회는 이주영 조경태 한선교 의원 등 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한 의원을 원내대표 경선 중립지대 단일 후보로 선출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친박근혜)계 유기준 홍문종 의원과 비박(비박근혜)계이자 홍 대표의 측면 지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의원, 중립 성향의 한 의원 구도로 좁혀졌다. 한 의원은 “당의 화합과 사당화 방지, 문재인 좌파 정권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과 홍 의원은 친박계 표 결집을 위해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중립 성향 의원들은 1차 투표에서 2위 안에 들어 결선 투표까지 가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