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중국의 런민대학 학생 기숙사 앞에 택배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느닷없이 로봇이 대학가를 활보하자 등교하던 학생들의 시선도 온통 로봇으로 쏠렸는데요.
이 대학에 다니는 산산 씨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택배를 기숙사 바로 앞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어보였습니다.
이 로봇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이 개발한 택배 로봇입니다. 최고 시속은 20km인데 안전상 교내에서 시속은 5km로 설정돼 있습니다. 로봇은 사전에 정해진 트랙을 따라 이동하는데 최종 배달지에 도착하기 100m 앞에서 수령인에게 배송 문자를 전송해 줍니다.
수령 방법은 간단합니다. 징둥닷컴 앱을 통해 주문한 상품의 배송 코드를 받은 뒤 택배 로봇이 도착하면 이 코드를 입력합니다. 그러면 로봇의 로커가 열리죠.
징둥은 대학가 택배 로봇 서비스를 칭화대학, 저장대학, 장안대학 등 다른 대학으로 잇따라 넓히는 중입니다. 징둥은 이 택배 로봇을 전지역에서 서비스할 계획이죠.
알리바바 역시 물류업체 차이냐오궈궈를 통해 택배 로봇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징둥과 비슷하게 앱을 다운로드하고 배송 코드를 입력하면 택배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사전 예약을 통해 택배 수령 시간, 장소 등을 설정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합니다.
중국 유통업계에는 이렇게 이른바 '물류 혁명'이 일고 있습니다. 택배 로봇 서비스뿐 아니라 무인 자동 택배 분류 시스템에 이어 드론 택배까지 속속 도입되고 있는데요. 많은 소비자들이 광활한 대륙에 퍼져 있기 때문일까요. 중국 물류 시스템의 진화 속도가 남다릅니다. 올해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독신자의 날)에서는 당일 거래된 택배 물량만 15억 건에 달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이 많은 택배 물량을 감당하려면 이들에게 '물류 혁명'은 중요한 생존 수단일 수밖에 없겠죠.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내 택배 거래는 2013년 91억9000건에서 2014년 139억6000건, 2015년에는 206억7000건, 2016년에는 312억8000억건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는 3년 전부터 단연 세계 1위 입니다.
알리바바, 징둥 등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를 비롯한 물류 기업들은 나아가 무인 택배 창고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에서 선전 인근에 새로 개장한 개장한 자동화 물류 창고에서 광군제 주문 물량을 소화했습니다. 현재 약 200대의 로봇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다고 합니다.
징둥 역시 상하이에 4만㎡ 규모의 무인 물류 처리 창고를 구축했습니다. 택배 부피 측정, 외관 검사, 보관, 송장 및 영수증 부착, 포장 등 전과정을 인간이 아닌 무인 로봇으로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징둥은 이 시스템을 내년 광군제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중국 대륙에서 불고 있는 '물류 혁명'은 이제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