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그룹내 계열사 지원, 합리적 경영판단 입증"
“SPP조선을 통한 구매는 원가절감을 위한 합리적인 경영상의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최근 대법원이 이낙영 전 SPP그룹 회장의 배임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고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한 결정을 이끌어 낸 법무법인 바른의 박철 변호사(사법연수원 14기·사진)는 대법원 결정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대법원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 변호사는 “SPP조선을 통해 원자재를 공동구매한 것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객관적인 수치를 재판부에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SPP조선의 채권 취득으로 다른 계열사들이 채무를 부담하게 됐지만 그룹 전체 차원에서는 결국 같은 금액이 내부적으로 이동했을 뿐이므로 회계기준상으로는 아무런 손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최근 법조와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인의 경영판단에 대해 보다 넓게 면책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우세하다는 점과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내세운 것도 주효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무죄로 본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1심에선 무죄로 봤지만 항소심에서 유죄로 보며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은 휴일도 반납하고 1년 내내 일할 정도로 그룹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음에도 그룹 경영에 위기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마치 엄청난 경제범죄를 일으킨 사람으로 낙인찍혔다”며 “1심부터 주장해온 기업 경영의 자유와 경영판단 결과에 따라 경영진을 형사처벌하는 것의 부당성 등에 대해 대법원이 경청해준 것이 기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23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민·형사, 가사 등 사건을 두루 맡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 거쳤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도 일해 법리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