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의결권 제한도 한국에만 있는 규제
미국과 독일,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의사정족수 자체가 없다. 한두 명의 주주만 참석해도 주총을 열 수 있다.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등 보통결의 안건은 출석한 주주의 수와 상관없이 다수결에 따라 결의가 이뤄진다. 과반수가 아니라 단순한 다수결로 안건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게 우리와는 다르다. 과반수 방식이 적용되면 안건에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사람보다 찬성하는 사람이 많아야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단순 다수결 방식은 찬성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사람보다 많기만 하면 된다. 상장사들로서는 그만큼 주총을 여는 부담이 덜하다.
일본의 의사정족수 요건은 ‘전체 주식의 50% 이상 참석’으로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하지만 각 기업이 정관 변경을 통해 이 요건을 배제하거나,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등 상당수 일본 기업은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의가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감사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도 한국에만 있는 규제다. 대주주의 투표권만 제한하는 건 ‘1주=1의결권’이라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에 배치된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 룰은 상법의 대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