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표적 절세 금융상품인 퇴직연금 펀드와 연금저축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납입액을 늘려 세금을 더 많이 환급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대상이 지난 7월부터 공무원 등까지 확대된 것도 자금 유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연금저축펀드도 자금 유입 뚜렷

2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퇴직연금 펀드에는 2586억원이 몰렸다. 한 달 평균 순유입액의 두 배(1023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겨 이날까지 10조2218억원으로 불었다. 연금저축 펀드에도 자금 유입세가 뚜렷하다. 최근 한 달간 348억원이 순유입됐다. 연금저축 펀드에는 연초 이후 2726억원이 들어와 한 달 평균 206억원씩 증가했다.
연말이 다가오면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펀드에 돈이 흘러들기 마련이다. 납입액을 늘려 세금을 아끼려는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연금저축 펀드의 세액공제 한도는 400만원, IRP는 700만원이다. 연봉이 5500만원 이하면 연간 납입금액의 16.5%를, 5500만원 이상이면 13.2%를 세액공제받는다. 예를 들어 연봉이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연금저축과 IRP에 1년 동안 700만원을 넣었다면 16.5%인 115만5000원을 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7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에 400만원을 넣었다면 IRP에서는 3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 들어서는 연금 관련 절세 대상이 확대되면서 자금이 더욱 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26일 IRP 가입 대상을 공무원, 사립학교 교사, 군인 등까지 넓혔다. 가입자 범위가 늘어난 7월 말 이후 4개월간 퇴직연금 설정액은 5148억원 늘어 1~7월 설정액 증가폭(4290억원)을 추월했다.

가입 대상이 늘어나자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증권업계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증권이 개인적립금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나서자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도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배당·중국 펀드 수익률 ‘두각’

퇴직연금 펀드 가운데 최근 5년 기준 장기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피텔리티 퇴직연금 글로벌’이다. 최근 5년간 86.39%의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고루 투자금을 배분한다.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겠다는 게 펀드 목표다. 자체 포트폴리오 규정에 따라 특정 자산이나 국가에 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배당주 펀드와 중국 펀드도 장기 수익률이 높은 퇴직연금 펀드 순위 상위권에 포진했다. ‘신영 퇴직연금 배당’은 최근 5년 기준 83.29%의 수익을 냈다. ‘NH-아문디 퇴직연금 고배당’(최근 5년 수익률 46.16%), ‘삼성 퇴직연금 액티브 배당’(42.38%) ‘마이다스 퇴직연금 배당’(42.32%) 등도 높은 수익을 거뒀다.

중국 펀드도 선전했다. ‘한화 100세시대 퇴직연금 차이나’(76.09%) ‘삼성 퇴직연금 그레이트차이나’(61.56%), ‘미래에셋 퇴직플랜 친디아’(42.28%) 등이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퇴직연금은 오랜 기간 운용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운용성과가 돋보이는 펀드를 고르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