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11월 '파격 할인'… 지갑 활짝 연 소비자들
11월 백화점 매출은 일제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장정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은 줄줄이 사상 최대 매출과 하루 최대 거래액을 경신했다. 국내 이커머스를 통한 해외 직구도 급증했다.

중국의 광군제(11일),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24일) 등 해외 쇼핑 이벤트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늘렸을 뿐 아니라 쇼핑시즌 분위기에 맞춰 국내에서도 지갑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11월 '파격 할인'… 지갑 활짝 연 소비자들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11월 정기세일 기간(16~23일) 매출 증가율은 평균 13%에 달했다. 백화점들이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에 대응해 예년보다 할인 폭을 키우고, 다양한 제품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숫자 11을 소재로 대대적 마케팅에 나선 11번가는 광군제였던 지난 11일 하루 최대 거래액(640억원)을 찍었다.

쿠팡은 이달 첫째주에 주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다. 지난 7월 첫째주 대비 16%, 9월 첫째주에 비해선 8%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지마켓과 옥션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한 행사 기간(15~23일) 해외 직구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와 39%에 달했다.

국내 유통사들은 해외로 나가는 쇼핑 수요를 잡아두기 위해 예전에 없던 행사를 기획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아울렛, 홈쇼핑, 패션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쇼핑 페스티벌’을 처음 기획해 23일 시작했다. 롯데는 ‘블랙 페스타’란 이름으로 11개 유통 계열사가 공동 세일을 했다.

‘11월의 쇼핑’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영향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해외 직구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11월에 고가 상품을 대거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인터넷 게시판에는 국내 판매가와 해외 직구가를 실시간으로 비교 분석하는 글이 11월에 집중적으로 올라온다. 구매액의 일부를 적립해주는 이베이츠코리아, 직구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 등도 11월에 쇼핑 정보를 대거 올린다. 이 밖에 주식과 부동산이 큰 폭으로 올라 생긴 ‘부의 효과’, 예년보다 일찍 추워진 날씨 등도 최근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유통사들은 ‘쇼핑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위메프는 오는 27~29일 ‘생필품 페스타’라는 행사를 한다. 유한킴벌리 LG생활건강 헨켈 등 10개 브랜드 100여 개 인기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몰은 26일까지 패션, 가전, 생활용품 등을 최대 80% 할인하는 ‘시그니처 세븐데이즈’를 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