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교수회지에 심평원 수술비 삭감에 대한 비참한 심경 토로
"일을 할수록 손해 불러오는 조직원…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
이국종 교수
이국종 교수
"환자마다 쌓여가는 (진료비) 삭감 규모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도 이르렀다. 결국 나는 연간 10억 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

총상을 입은 귀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 쳐도 개선되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는 자신을 '연간 10억원 적자의 원흉'이라고 표현하며 중증 외상외과 분야의 해결되지 않는 의료수가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가 직접 쓴 이 글은 아주대학교 교수회가 발행하는 소식지 '탁류청론' 50호에 지난 9월 게재됐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와 특수 약품의 수는 적지 않다"며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선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비 삭감이 잦았다고 이 교수는 털어놨다.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분은 고스란히 병원 몫이다.

이 교수는 "보험심사팀은 삭감률을 줄여야 했으므로 삭감될 만한 진료비를 미리 경고했지만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필수적 치료를 줄일 순 없었다"며 "그건 줄여야 할 항목이 아닌 목숨을 살려낼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외상외과 교과서의 표준 진료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을 (심평원에)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청구서가 거대한 화살이 되어 자신을 정조준했다며 힘겨운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며 "무고했으나 죄인이었다"고 비참함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이 글에서 "원칙대로 환자를 처리했고 써야 할 약품과 기기를 썼다.

수술은 필요한 만큼 했다"면서 우회적으로 진료비 삭감이 과다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던 중증외상 환자 치료 전문가다.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의 수술과 치료를 맡으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국종 "몸부림쳐 수술해도…난 10억 적자의 원흉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