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해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이 21일 전격 하야했다.

제이컵 무덴다 짐바브웨 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5시50분께 무가베 대통령에게서 사임서를 제출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개시된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의회 탄핵 절차도 중단됐다.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 국민의 복지와 권력의 평화적인 이양을 위해 즉시 사임한다”고 밝혔다.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은 지난 19일 무가베 대통령을 출당하고 야당과 함께 의회를 열어 탄핵안을 발의했다. 앞서 15일에는 짐바브웨 군부가 쿠데타로 정부를 장악하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하자 수도 하라레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축하 행진을 벌였다.

무가베는 1980년 56세에 초대 총리에 오른 뒤 37년간 장기 집권한 세계 최고령 지도자다. 41세 연하 부인인 그레이스(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는 ‘부부세습’을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아 탄핵 위기를 자초했다. 이틀 전만 해도 사퇴를 거부하던 무가베는 의회의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하야를 결정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