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 세무조사 '조사 종료 전 고발' 등 의심 정황 다수 확인 성과
'조사권 남용' 사례 모두 MB·朴 정부 사건…외부위원 자료 열람 한계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 근절을 위해 출범한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가 출범 약 3개월 만에 일부 조사권 남용 의심 정황을 밝혀내는 성과를 냈다.

특히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단초가 된 2008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며 법적 조치와 강도 높은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해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중간 결과에 포함된 조사권 남용 의심 사례 5건이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 이뤄진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TF 출범 이후 제기된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TF 외부위원들은 세무조사 자료 열람이 제한돼있다는 점에서 TF의 조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 '정치 세무조사' 근절 첫발… 공정성 논란은 계속
◇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중대한 조사권 남용 있었을 것"

지난 8월 31일 출범한 국세행정개혁 TF는 강병구 인하대 교수를 단장으로 총 19명의 내·외부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TF는 세무조사 개선과 조세정의 실현 등 2개 분과로 구성돼 지금까지 총 6회에 걸쳐 분과회의를 개최했다.

이중 관심이 높은 세무조사 개선 분과는 국회·언론 등에서 논란이 된 과거 세무조사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점검은 TF에서 작성한 점검 체크리스트에 따라 국세청 내부 감사팀이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의무 조항에 따라 외부인이 국세청의 조사 자료를 직접 열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부 감사팀은 문서 점검과 동시에 조사 관련인이 대외적으로 언급한 진술자료, 일부 공개된 수사기록 등 다양한 정황증거도 함께 수집해 활용했다.

TF는 총 62건의 세무조사를 점검한 결과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5건의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문제점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다.

TF는 "국회·언론 등에서 논란이 제기된 세무조사 건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심도있게 점검·평가했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가운데 실질적 점검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주조사 대상자 외 관련인을 과도하게 추가 선정하는 등 조사대상자 선정의 중립성·공정성이 의심되거나 교체 세무조사의 선정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사례 등이 발견됐다.

조사 대상 기간을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중복 조사로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한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위반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최종 결론이 나면 원칙적으로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추가 검증도 받기로 했다.

단순·경미한 내부 지침이나 규정을 위반한 사항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때 활용하기로 했다.
국세청 '정치 세무조사' 근절 첫발… 공정성 논란은 계속
◇ '조사권 남용 의심' 사례 5건 모두 보수정부 사건

TF가 일부 과거 세무조사에서 조사권 남용의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지만 TF의 구성과 조사대상 등에서 공정성 시비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이번 TF 활동이 국세청의 자발적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새 정부의 '적폐청산'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TF 외부위원 중 상당수가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야당은 TF 활동의 객관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국세청장님은 청와대에서 강요한 적 없이 자체적으로 TF를 구성했다고 했지만 청와대 문건에 의해 TF가 구성됐고 TF 외부위원도 청와대와 교감해서 한 것"이라며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활동하신 분들 각각 두 분씩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이번 TF 중간점검 결과에 포함된 5건의 조사권 남용 의심 사례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런 공정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의무 조항 탓에 TF 외부위원의 조사 자료 열람이 제한된다는 점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TF 외부위원들은 국세청 내부감사팀이 완성해 넘겨준 점검 체크리스트를 근거로 점검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외부에 의한 객관적 점검'이라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TF도 이 같은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며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TF는 "TF 외부위원의 세무조사자료 열람 등 직접적 접근이 어려웠던 점 등 한계가 있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