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가 올해 내내 공을 들여온 변동성지수(VIX) 상장지수증권(ETN) 상장이 해를 넘기게 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VIX를 추종하는 ETN의 연내 상장이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업계와 투자자 요구에 따라 이 상품 상장을 연초부터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변동성 및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주식처럼 사고파는 이 상품에 파생상품이나 주식워런트증권(ELW)에 준하는 규제를 가할 것을 요구해 상장이 계속 지연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심사 등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상장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VIX는 S&P500지수 움직임을 근거로 30일간의 증시 변동성을 예측하는 지수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VIX가 오른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이 VIX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만큼 투자 위험성이 크다는 점 등을 들어 투자자들이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고, 기본 예탁금을 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의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원금을 초과해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는 파생상품과 달리 VIX ETN은 원금을 초과해 손실이 나지 않는다. 이미 상장돼 있는 ETN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178개 ETN 중 45개는 이미 선물·옵션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개장 3년째를 맞은 ETN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VIX ETN 도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VIX를 추종하는 ETN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글로벌 ETN 시장의 92%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전체 거래대금의 70% 이상이 VIX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량 상위 5개 가운데 3개가 VIX ETN이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