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단층대에서 일어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16일 포항 지진이 이전까지 보고되지 않은 무명단층(이름 없는 단층)이 북북동 방향으로 수평과 수직운동을 하면서 일어났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께 포항 북부 9㎞에서 일어난 규모 5.4의 본진은 북북동 방향으로 난 단층면이 힘을 받아 수평으로 미끄러지면서 한쪽 단층은 위로 올라가고 한쪽 단층은 아래로 내려가는 역단층 운동이 일어나면서 발생했다. 진원지 서쪽 땅덩어리가 동쪽 땅덩어리를 타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후 9시49분에 난 규모 4.3 여진 역시 본진보다 깊은 단층면에서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일어났다.

기상청은 당초 포항 지진이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의 진원보다 얕은 지하 9㎞에서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질연은 이날 본진의 진원 깊이가 5~10㎞라고 발표해 예상보다 얕은 위치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정정했다. 지진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단층면 길이는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경주 지진보다 규모가 작지만 큰 피해를 입힌 원인으로 얕은 진원과 함께 이 지역의 지질적 특성을 지목했다. 포항은 약 1730만~1200만 년 전인 신생대 3기 마이오세 때 바다였다가 1200만 년 전 동해가 형성되면서 양산단층과 함께 뭍위로 올라온 지역이다. 이 때문에 바다 퇴적층이 많아 돌조각을 손으로 누르면 부스러질 정도로 약한 지층이 많다.

또 1~2초 만에 강한 에너지를 쏟아낸 경주 지진보다 상대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중저주파수를 가진 지진파가 나오면서 큰 피해가 났다고 했다. 실제 진앙인 포항시 흥해읍은 퇴적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지역이고 중저주파수의 지진파 증폭현상이 일어나 3~5층 건물을 중심으로 지진 피해가 집중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