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과거 외환위기처럼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캐나다달러를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캐나다와 체결했다. 캐나다달러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과 함께 준(準)기축통화 대접을 받는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한때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외환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원화 강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븐 폴로즈 총재와 통화스와프 계약서에 서명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화가 바닥났을 때 미리 정한 환율로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로 교환하는 거래다. 일종의 ‘외화 안전판’으로, 가계로 따지면 마이너스 통장과 같다.
'제2 외환위기' 가능성 확 줄었다
이번 계약은 만기와 한도를 미리 정하지 않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뤄졌다. 위기 발생 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기간에 캐나다달러를 빌려 쓸 수 있다. 이 총재는 “통화스와프 대상이 사실상 기축통화란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이래 가장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과도 무(無)한도·무기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이 총재는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기축통화국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위기 발생 시 활용할 강력한 외환 부문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당 1100원대 붕괴는 지난해 9월30일 이후 처음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