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 21년차 서울농부의 '쌈,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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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쌈채소 농사 최재일 강동도시농부 대표
고덕동 유리온실서 키운 쌈채소… 새벽에 따서 당일 납품 '인기'
주변 농가들과 사회적 기업 세우고 백화점·어린이집으로 판로 확대
연매출 10억원 달해
고덕동 유리온실서 키운 쌈채소… 새벽에 따서 당일 납품 '인기'
주변 농가들과 사회적 기업 세우고 백화점·어린이집으로 판로 확대
연매출 10억원 달해
서울에 농부가 있을까. 의외로 많다. 3550개 농가가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의 수입을 농사를 통해 올리는 전업농도 1199가구나 된다(2016년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은 채소(1236가구)다. 쌀농사 887가구, 감자 고구마 등 식량작물 638가구, 과일 458가구 등이 뒤를 잇는다.
강동구에서 21년째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최재일 강동도시농부 대표(42)를 만났다. 그는 1996년부터 서울 강동구 접경인 고덕동과 경기 하남시 미사동 일대에서 쌈채소 등을 키우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을 사용한다. 그가 주변 농민들과 함께 2011년 설립한 사회적 기업 강동도시농부는 서울 동부권의 대표적인 ‘로컬푸드(인근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 생산·유통업체로 꼽힌다.
최 대표는 3개의 밭에서 총 1만6500㎡(5000여 평) 규모의 유리온실 및 비닐하우스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권 온실 중에서 최대 규모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대 초반부터 서울에서 농사를 짓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4남매를 혼자 키우셨어요. 처음엔 지방에서 농산물을 사와 파는 일을 하셨는데 강동구 쪽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면 수입이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쪽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날 새벽에 딴 신선한 채소들이라 상인들에게 인기가 좋았어요. 가까운 천호동이나 길동 인근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상인들이 아침에 사갔어요. 어머니는 비닐하우스 규모를 3000평까지 늘렸죠.”
그는 처음엔 농사지을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생각이 바뀐 것은 군대 가기 직전이었어요. 영장이 나와서 군대 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태풍이 와서 비닐하우스가 모두 무너져 버렸어요. 어머니를 도와 하우스를 고치는데 ‘농사짓는 게 여자 혼자 하기에는 정말 힘든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대한 뒤 계속 농사를 짓고 있어요.” 최 대표가 농사일에 본격 뛰어든 것은 22세이던 1996년이다. 그가 농장에 합류하면서 농장 운영은 활기를 띠었다. 농장 일을 도맡은 그는 천연 비료만으로 채소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지역 공동체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로컬푸드 방식이야말로 앞으로 농업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 때부터 이미 로컬푸드를 해왔던 것 같아요. 우리 농장의 채소들은 대부분 강동구 안에서 소비됐으니까요. 나랑 얼굴 보고 사는 이웃들이 먹는 건데 더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 농가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것도 친환경 쌈채소를 인근 지역에 판매할 수 있는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최 대표는 “처음엔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벌레가 쉽게 생기고 유통 과정이 조금만 길어지면 빨리 시들어 제값을 못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서울 지역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에 ‘강동도시농부 아침 야채’라는 브랜드를 달고 채소를 납품했다. 그날 새벽에 딴 채소를 오전 10시 매장 개점 시간에 맞춰 매대에 올린다는 게 백화점 상품기획자의 전략이었다.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2015년에는 서울시가 시내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부문 우수기업으로도 뽑혔다. 강동구 지역을 중심으로 27개 어린이집에 채소를 포함한 각종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연매출은 최대 10억원에 이른다.
판매 확대를 위한 새로운 시도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2011년 강동구 둔촌동에 차린 농산물 판매장은 적자에 시달리다 문을 닫았다. 규모를 줄여서 상일동 강동경희대병원 인근에 개설한 두 번째 매장도 올해 초 장사를 접었다. 채소 중심의 매장이어서 한 곳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고객에게 채소를 포함해 두부, 콩나물, 계란, 버섯 등 각종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꾸러미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중단해야만 했다. 고정 고객이 80여 명에 달했지만 문제는 잘못된 원가 계산이었다.
최 대표가 사업 초기부터 멈추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강동구 내 복지시설에 쌈채소를 기부하는 것이다. 격주마다 기부하는 곳이 120여 곳에 달한다. 친환경 농산물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주로 사먹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로컬푸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었다. 많은 인구가 대도시에 몰려 사는 현실에서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로컬푸드라고 하면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만 떠올리는데 그건 아닙니다. 지방 중소도시에도 도심과 농촌 지역이 따로 있잖아요. 어디든 도시 거주자는 농산물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런데 농민들은 가까운 지역에다 채소를 팔고 싶어도 판로가 없어서 못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결국 중간 상인들에게 넘어가고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가격도 비싸집니다. 농민들이 지역 유통망을 갖게 되면 신선하고 건강한 채소를 정직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요.”
FARM 홍선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129940735
강동구에서 21년째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최재일 강동도시농부 대표(42)를 만났다. 그는 1996년부터 서울 강동구 접경인 고덕동과 경기 하남시 미사동 일대에서 쌈채소 등을 키우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을 사용한다. 그가 주변 농민들과 함께 2011년 설립한 사회적 기업 강동도시농부는 서울 동부권의 대표적인 ‘로컬푸드(인근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 생산·유통업체로 꼽힌다.
최 대표는 3개의 밭에서 총 1만6500㎡(5000여 평) 규모의 유리온실 및 비닐하우스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권 온실 중에서 최대 규모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대 초반부터 서울에서 농사를 짓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4남매를 혼자 키우셨어요. 처음엔 지방에서 농산물을 사와 파는 일을 하셨는데 강동구 쪽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면 수입이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쪽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날 새벽에 딴 신선한 채소들이라 상인들에게 인기가 좋았어요. 가까운 천호동이나 길동 인근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상인들이 아침에 사갔어요. 어머니는 비닐하우스 규모를 3000평까지 늘렸죠.”
그는 처음엔 농사지을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생각이 바뀐 것은 군대 가기 직전이었어요. 영장이 나와서 군대 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태풍이 와서 비닐하우스가 모두 무너져 버렸어요. 어머니를 도와 하우스를 고치는데 ‘농사짓는 게 여자 혼자 하기에는 정말 힘든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대한 뒤 계속 농사를 짓고 있어요.” 최 대표가 농사일에 본격 뛰어든 것은 22세이던 1996년이다. 그가 농장에 합류하면서 농장 운영은 활기를 띠었다. 농장 일을 도맡은 그는 천연 비료만으로 채소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지역 공동체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로컬푸드 방식이야말로 앞으로 농업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 때부터 이미 로컬푸드를 해왔던 것 같아요. 우리 농장의 채소들은 대부분 강동구 안에서 소비됐으니까요. 나랑 얼굴 보고 사는 이웃들이 먹는 건데 더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 농가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것도 친환경 쌈채소를 인근 지역에 판매할 수 있는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최 대표는 “처음엔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벌레가 쉽게 생기고 유통 과정이 조금만 길어지면 빨리 시들어 제값을 못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서울 지역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에 ‘강동도시농부 아침 야채’라는 브랜드를 달고 채소를 납품했다. 그날 새벽에 딴 채소를 오전 10시 매장 개점 시간에 맞춰 매대에 올린다는 게 백화점 상품기획자의 전략이었다.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2015년에는 서울시가 시내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부문 우수기업으로도 뽑혔다. 강동구 지역을 중심으로 27개 어린이집에 채소를 포함한 각종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연매출은 최대 10억원에 이른다.
판매 확대를 위한 새로운 시도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2011년 강동구 둔촌동에 차린 농산물 판매장은 적자에 시달리다 문을 닫았다. 규모를 줄여서 상일동 강동경희대병원 인근에 개설한 두 번째 매장도 올해 초 장사를 접었다. 채소 중심의 매장이어서 한 곳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고객에게 채소를 포함해 두부, 콩나물, 계란, 버섯 등 각종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꾸러미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중단해야만 했다. 고정 고객이 80여 명에 달했지만 문제는 잘못된 원가 계산이었다.
최 대표가 사업 초기부터 멈추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강동구 내 복지시설에 쌈채소를 기부하는 것이다. 격주마다 기부하는 곳이 120여 곳에 달한다. 친환경 농산물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주로 사먹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로컬푸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었다. 많은 인구가 대도시에 몰려 사는 현실에서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로컬푸드라고 하면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만 떠올리는데 그건 아닙니다. 지방 중소도시에도 도심과 농촌 지역이 따로 있잖아요. 어디든 도시 거주자는 농산물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런데 농민들은 가까운 지역에다 채소를 팔고 싶어도 판로가 없어서 못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결국 중간 상인들에게 넘어가고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가격도 비싸집니다. 농민들이 지역 유통망을 갖게 되면 신선하고 건강한 채소를 정직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요.”
FARM 홍선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129940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