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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내부고발·반역·부역… 100% 선도 악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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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

    아비샤이 마갈릿 지음 / 황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456쪽 ㅣ 1만8000원
    [책마을] 내부고발·반역·부역… 100% 선도 악도 아니다
    영국 잡지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2001년 11월18일자에 ‘유다’라고 쓴 포스터를 든 토트넘 홋스퍼 팬들의 사진이 실렸다. 이들이 말한 유다는 토트넘의 최대 라이벌인 아스널로 이적한 솔 캠벨이었다. 몇 년 동안 캠벨은 토트넘의 상징인 수탉 엠블럼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가 더 많은 돈을 제시한 아스널로 이적한 뒤 토트넘의 홈구장에 처음 들어서자 “유다”라며 비난한 것. 프로 선수가 돈과 명성을 위해 더 나은 팀으로 이적한 걸 두고 팬들은 왜 ‘배신의 아이콘’처럼 대했을까.

    이스라엘 히브리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아비샤이 마갈릿은 선수와 팬이 느끼는 관계의 깊이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선수와 팀 사이의 상업적 계약은 팬들이 특정 팀에 대해 느끼는 유대감을 반영하지 못한다. 팬들도 선수와 구단의 관계가 얕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선수와 팀, 선수와 팬, 팀과 팬의 관계는 그보다 훨씬 두텁다. 따라서 토트넘 팬들이 ‘유다’에 빗대어 배신감을 표현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마갈릿 교수가 쓴 《배신》은 제목 그대로 ‘배신’에 관해 철학적으로 고찰한 인문서다. 배신은 저자가 영국 옥스퍼드대, 독일 자유베를린대,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뉴욕대, 스탠퍼드대 등 세계 유수 대학에서 오래도록 강의했던 주제다. 그는 가롯 유다의 배신부터 트로이의 목마, 드레퓌스 사건, 에드워드 스노든(사진)의 내부고발, 개인적 배신의 전형적 사례인 간통부터 정치적 배신의 전형인 반역, 배신의 특별한 형태인 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배신을 두루 살피면서 이로 인해 손상되는 가족, 친구, 공동체 등의 인간관계에 주목한다.
    [책마을] 내부고발·반역·부역… 100% 선도 악도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배신행위에서 배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두터운 인간관계다. 두터운 관계가 없다면 배신도 없다. 또한 배신은 도덕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도덕이란 인간성에 근거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규제하므로 서로 모르는 사람과의 ‘얕은 관계’를 규제한다. 반면 윤리는 가족이나 친구처럼 두터운 관계를 규제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배신은 또한 양면적이고 복합적이다. 내부고발자가 대표적이다.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가안보국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수십만 건의 기밀문서를 위키리크스에 공개하며 내부고발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는 내부고발로 누군가에게는 영웅이 됐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역자가 됐다.

    미국 육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이 위키리스크에 제공한 군사기밀 등 내부자료는 스노든이 유출한 기밀 자료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반역에 해당하는 이적 혐의에 대해선 무죄 평결을 받았다. 애당초 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료를 유출했기 때문이다. 매닝이 유출한 튀니지 대통령 일가의 부패를 다룬 외교 전문은 아랍세계의 혁명을 촉발한 단초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군부와 알제리 거주 프랑스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샤를 드골은 알제리의 독립을 선언해 그들을 배신했다. 드골은 정말 배신자인가. 지지자들에겐 그렇겠지만 인류애를 생각하면 아니다. 백인 보수 가문 출신의 정치인이면서도 아파르헤이트를 폐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우파 지지세력의 우려에도 적국인 중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리처드 닉슨, 과거 이집트에서 빼앗은 시나이반도를 되돌려준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도 그랬다.

    군사적 점령 상태에서 일어나는 부역은 배신일까. 비자발적이고 개인적인 부역은 배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식을 죽이겠다고 협박당하면 누구나 적에게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비자발적이라고 해서 그런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를 부역자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대신 어떤 직책을 맡은 사람이 개인적인 강압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부역하는 것은 배신이다. 저자는 “가장 역겨운 형태의 부역은 개인이나 단체가 정복자와 이념을 공유하는 배신”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 장(章) 제목은 ‘배신 없는 세상’이다. 그게 가능할까. 외부에서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완전한 투명성이 선일까. 저자에 따르면 자유주의자에게 공동체주의란 배려와 형제애를 내세워 개인의 사생활에 끼어들 권리를 부당하게 주장하는 이데올로기다. 따라서 투명성이 언제 어디서나 진실 전체를 요구한다면 문명생활과 어울리기 힘들다.

    그래서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배신이 문명생활에 필요한 은폐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거라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비용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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