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10) 엄마도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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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태어난지 백일된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잠도 못 자는 힘든 육아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그 와중에도 모유 수유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모유량이 적다면서 자기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다 채워주지 못하는 부족한 엄마가 된 것 같아 자괴감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아이 둘 키워본 경험자랍시고 "모유 수유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돼. 요즘 분유도 얼마나 잘 나오는데. 아이랑 눈 자주 맞추고 안아주고 교감하면 되는거야"라고 말해줬지만 자신 앞에 놓인 '완모(모유수유만으로 아이를 먹이는 것)' 완주 의지가 강했던 터라 내 말에 별로 공감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집을 나서며 '나도 저렇게 육아에 온 몸을 던졌던 때가 있었지' 하며 회상에 잠겼다.
만삭 때 속도 더부룩한 데다 이리 누워 봐도 저리 누워봐도 잠도 편히 못 자겠고 치골뼈는 걸을 때마다 왜 그리 끊어질 듯 아픈지...
아기가 태어나기만 하면 펄펄 날아다닐 것 같은 기분에 얼른 출산일이 다가오기만 기다렸다.
그때 주위 선배맘들의 한결같은 말.
"뱃속에 있을 때가 좋을 때야. 지금을 맘껏 즐겨둬."
이렇게 하루하루 힘들어 죽겠는데 지금이 좋을 때라고??
그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얘기를 조리원에서 퇴소한 다음날부터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몸은 여기저기 내 몸같지가 않은 데다 잠 좀 푹 잤으면 좋겠는데 갓 태어난 아이는 두 시간이 멀다 하고 울어대는 통에 이게 사는 건지 지옥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이는 잘 때 가장 예쁘다는 말도 내 얘기였다.
새근새근 잠든 모습 살짝 사진 찍어 SNS에 올리고 예쁘다는 친구들의 댓글에 흐뭇한 것도 잠시. 아이가 잠에서 깨는 순간 다시 육아 지옥이 시작되는 고된 일상의 반복이었다.
아이 잘 때 엄마가 잠 좀 자두라는 말도 사치였다. 빨아야 할 아기 빨래며 설거지는 산더미... 젖병 소독도 해야 하지 않는가. 잠은 커녕 땀으로 찌든 몸뚱아리 샤워할 틈조차 나지 않았다.
잠도 못 자고 이렇게 힘든데 살은 왜 안 빠지는 거니... 모유 수유하면서 밥맛은 또 왜 그렇게 좋은지 끼니마다 미역국 먹고 간식까지 챙겨먹다 보면 "모유 수유하니 저절로 살이 빠졌어요"라던 연예인들의 발언은 '뻥'인 게 틀림없었다.
생후 며칠 되지도 않은 아이는 귀신같이 내가 자리에 편하게 앉는 걸 알아차리는 재주가 있었고 덕분에 아이가 깰 새라 식탁에 서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었다.
직접 경험하게 된 모유 수유의 세계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모유량이 많다 보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완모'를 하게 됐다. 아이가 제때 먹지 않고 잠을 오래 자거나 2시간만 외출하고 와도 그 송곳으로 깊숙이 찌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생후 3개월 때는 유선염까지 걸렸다.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고 말리려고 누워있는데 마치 내가 말 그대로 '포유동물'이 된 것 같아 눈물이 절로 흘렀다.
모유 수유를 선택한 이상 아이가 울고 보챌 때 아이를 안아들어야 하는 건 할머니도 아빠도 아닌 나였다.
"애미야, 애 배고픈가 보다."
"여보, 아이 여기 받아."
백일의 기적은 내게도 일어났고 아이는 이제 밤에 4~5시간을 쭉 자게 됐지만 그렇다고 육아가 쉬워진 건 결코 아니었다.
아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쁜 것과는 별개로 육아는 육아대로, 살림은 살림대로 휴식 없는 엄마로서의 일상은 고단하기만 했다.
작지만 완벽한 미니 인간을 이 세상에 내놓았는데. 이 거룩하고 위대한 일을 한 내가 왜 이렇게 우울한 거지?
비슷한 시기에 출산과 육아를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 나눌 것도 없이 그냥 나와 똑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처지였다.
"산후 우울증으로 아파트에서 아이 던지는 엄마들 뉴스에 가끔 나오잖아. 근데 가끔 그런 심정이 너무 이해돼. 가끔 아이가 울면 '아 저 울음소리만 아니면 좀 더 잘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 얼굴에 이불을 덮어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어. 정말 웃기지?"
친구 얘기를 듣는 순간 깨달았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먼저 엄마가 행복해야 가능하다.
그날로 남편에게 주 3회 퇴근 후 2시간의 자유시간을 요청했고 집 근처 요가학원을 등록했다. 물론 나보다 바쁜 남편의 역할은 시어머니에게 넘어가게 돼 죄송스럽고 마음 불편했지만 미안하다고 사양할 여유가 내겐 없었다.
산후조리 기간임을 감안해서 배려해주신 강사 선생님 덕분에 가벼운 동작 위주로 따라 했지만 운동효과보다 더 놀라운 신체반응이 일어났다. 짧지만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되면서 아이 얼굴이 더욱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며 힘을 빼고 왔건만 오히려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에너지가 몸 안에서 솟아 나와 아이를 보면 더 웃게 됐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을 만고의 진리다.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이 운동이 될지 산책이 될지 숙면이 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휴식을 당당히 요구하고 자신의 처지에 맞게 실행하기 위해 잠시 이기적이고 못된 엄마가 돼 보자.
엄마로서가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은 육아라는 장기전에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보약이다.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모유량이 적다면서 자기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다 채워주지 못하는 부족한 엄마가 된 것 같아 자괴감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아이 둘 키워본 경험자랍시고 "모유 수유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돼. 요즘 분유도 얼마나 잘 나오는데. 아이랑 눈 자주 맞추고 안아주고 교감하면 되는거야"라고 말해줬지만 자신 앞에 놓인 '완모(모유수유만으로 아이를 먹이는 것)' 완주 의지가 강했던 터라 내 말에 별로 공감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집을 나서며 '나도 저렇게 육아에 온 몸을 던졌던 때가 있었지' 하며 회상에 잠겼다.
만삭 때 속도 더부룩한 데다 이리 누워 봐도 저리 누워봐도 잠도 편히 못 자겠고 치골뼈는 걸을 때마다 왜 그리 끊어질 듯 아픈지...
아기가 태어나기만 하면 펄펄 날아다닐 것 같은 기분에 얼른 출산일이 다가오기만 기다렸다.
그때 주위 선배맘들의 한결같은 말.
"뱃속에 있을 때가 좋을 때야. 지금을 맘껏 즐겨둬."
이렇게 하루하루 힘들어 죽겠는데 지금이 좋을 때라고??
그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얘기를 조리원에서 퇴소한 다음날부터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몸은 여기저기 내 몸같지가 않은 데다 잠 좀 푹 잤으면 좋겠는데 갓 태어난 아이는 두 시간이 멀다 하고 울어대는 통에 이게 사는 건지 지옥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이는 잘 때 가장 예쁘다는 말도 내 얘기였다.
새근새근 잠든 모습 살짝 사진 찍어 SNS에 올리고 예쁘다는 친구들의 댓글에 흐뭇한 것도 잠시. 아이가 잠에서 깨는 순간 다시 육아 지옥이 시작되는 고된 일상의 반복이었다.
아이 잘 때 엄마가 잠 좀 자두라는 말도 사치였다. 빨아야 할 아기 빨래며 설거지는 산더미... 젖병 소독도 해야 하지 않는가. 잠은 커녕 땀으로 찌든 몸뚱아리 샤워할 틈조차 나지 않았다.
잠도 못 자고 이렇게 힘든데 살은 왜 안 빠지는 거니... 모유 수유하면서 밥맛은 또 왜 그렇게 좋은지 끼니마다 미역국 먹고 간식까지 챙겨먹다 보면 "모유 수유하니 저절로 살이 빠졌어요"라던 연예인들의 발언은 '뻥'인 게 틀림없었다.
생후 며칠 되지도 않은 아이는 귀신같이 내가 자리에 편하게 앉는 걸 알아차리는 재주가 있었고 덕분에 아이가 깰 새라 식탁에 서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었다.
직접 경험하게 된 모유 수유의 세계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모유량이 많다 보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완모'를 하게 됐다. 아이가 제때 먹지 않고 잠을 오래 자거나 2시간만 외출하고 와도 그 송곳으로 깊숙이 찌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생후 3개월 때는 유선염까지 걸렸다.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고 말리려고 누워있는데 마치 내가 말 그대로 '포유동물'이 된 것 같아 눈물이 절로 흘렀다.
모유 수유를 선택한 이상 아이가 울고 보챌 때 아이를 안아들어야 하는 건 할머니도 아빠도 아닌 나였다.
"애미야, 애 배고픈가 보다."
"여보, 아이 여기 받아."
백일의 기적은 내게도 일어났고 아이는 이제 밤에 4~5시간을 쭉 자게 됐지만 그렇다고 육아가 쉬워진 건 결코 아니었다.
아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쁜 것과는 별개로 육아는 육아대로, 살림은 살림대로 휴식 없는 엄마로서의 일상은 고단하기만 했다.
작지만 완벽한 미니 인간을 이 세상에 내놓았는데. 이 거룩하고 위대한 일을 한 내가 왜 이렇게 우울한 거지?
비슷한 시기에 출산과 육아를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 나눌 것도 없이 그냥 나와 똑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처지였다.
"산후 우울증으로 아파트에서 아이 던지는 엄마들 뉴스에 가끔 나오잖아. 근데 가끔 그런 심정이 너무 이해돼. 가끔 아이가 울면 '아 저 울음소리만 아니면 좀 더 잘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 얼굴에 이불을 덮어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어. 정말 웃기지?"
친구 얘기를 듣는 순간 깨달았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먼저 엄마가 행복해야 가능하다.
그날로 남편에게 주 3회 퇴근 후 2시간의 자유시간을 요청했고 집 근처 요가학원을 등록했다. 물론 나보다 바쁜 남편의 역할은 시어머니에게 넘어가게 돼 죄송스럽고 마음 불편했지만 미안하다고 사양할 여유가 내겐 없었다.
산후조리 기간임을 감안해서 배려해주신 강사 선생님 덕분에 가벼운 동작 위주로 따라 했지만 운동효과보다 더 놀라운 신체반응이 일어났다. 짧지만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되면서 아이 얼굴이 더욱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며 힘을 빼고 왔건만 오히려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에너지가 몸 안에서 솟아 나와 아이를 보면 더 웃게 됐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을 만고의 진리다.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이 운동이 될지 산책이 될지 숙면이 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휴식을 당당히 요구하고 자신의 처지에 맞게 실행하기 위해 잠시 이기적이고 못된 엄마가 돼 보자.
엄마로서가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은 육아라는 장기전에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보약이다.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