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길모어(Dan Gillmor) 애리조나주립대 월터크론카이트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1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2017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뉴스 생산과 뉴스 소비의 영역에 느리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활동으로 정확성, 진실성을 증진하는 ‘슬로우(slow)’의 콘셉트가 적용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가짜뉴스와 미디어리터러시’를 주제로 발표한 댄 길모어 교수는 “콘텐츠 생산자가 누구인가보다 이것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담은 콘텐츠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저널리즘 활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 기술기업 등과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매체가 소홀히 다루는 작은 지역의 현안을 조사하며 취재하는 지역 NGO 활동, 취재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블로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게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는 모두 저널리즘 생태계로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뉴스 소비자들은 여전히 수동적으로 미디어를 만나고 있다. 이 지점을 파고드는 나쁜 집단과 개인은 ‘허위정보’를 생태계로 퍼나르고 있다. 허위 정보의 유통은 공동체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가짜뉴스를 막는 일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란 진단이다.
댄 길모어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즉, ‘뉴스 리터러시’를 그 해법 중 하나로 꼽았다. 뉴스 리터러시란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공유하는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비판적인 사고를 갖추고 정보가 신뢰할만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그는 첫째, (정보에 대한) 의문 둘째, (조화로운) 판단력 셋째, (생생한) 탐색 넷째, 열린 사고 다섯째, 기술에 대한 이해 등을 미디어 이용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브라이언 스텔터 CNN 기자가 “공유하기 전에 세 번 확인하라(Triple check before you share)”고 이야기한 것을 인용하면서 전통매체 기자들이 소셜네트워크에서 정보를 다룰 때 책임있는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대응 활동도 전개돼야 한다. 미디어 전문 교육자들의 확보가 관건이다. 온라인에 관련 콘텐츠를 많이 배포해야 한다. 월터크론카이트 저널리즘스쿨이 설립한 ‘협업 랩(Collaborative Lab)’은 독자가 뉴스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재정지원을 해주는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협업 랩은 앞으로 전통매체, 학교 등과도 파트너를 맺는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칠 계획이다.
댄 길모어 교수는 “기자들부터 빠른 뉴스보다 정확한 뉴스가 더 좋은 것이라는 점에 동의해야 한다. 독자들도 휘발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깊이 뉴스를 소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슬로우 푸드’처럼 ‘슬로우 뉴스’란 관점이 가짜뉴스에 맞서는 지혜로운 방법이란 의미다.
하지만 곳곳의 사회적 양극화는 ‘가짜뉴스’를 폭발적으로 늘려가고 있고, 이를 풀어가는 방법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통매체와 독자 모두가 뉴스를 대하는 태도와 인식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댄 길모어 교수가 조언한 ‘슬로우 뉴스’의 화두가 속도와 형식 경쟁에 치우친 한국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 전하는 울림이 만만찮다는 청중의 반응들이 나왔다.
최진순 기자 soon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