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 총 6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설비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6400억 증자한 현대건설기계·일렉트릭…공격투자 나선다
◆청약률 100% 웃돌아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일과 10일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받은 결과 104.0%, 105.2%의 청약률을 올렸다.

최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와 각사 경영진이 두 회사 성장에 대한 기대로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한 결과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은 이번 유상증자로 3788억원, 2641억원을 각각 조달한다.

두 회사는 지난 4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부 인적 분할 결과 출범했다. 현대건설기계는 굴삭기 등 건설장비, 현대일렉트릭은 전력변압기 등 전기·전자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두 회사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된다. 현대건설기계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33.1%에서 87.0% 수준으로 하락한다. 현대일렉트릭은 146.2%에서 109.0%로 떨어진다.

두 회사는 앞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상증자도 할 계획이다. 기존 주주와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에게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무상증자는 회사가 자본잉여금 등을 바탕으로 주식을 발행해 주주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대규모 투자 나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은 유상증자 대금에 내부자금을 더해 내년까지 3792억원, 3293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중국·인도 건설장비 생산법인을 인수하기 위해 2802억원을 투자한다. 신뢰성평가센터를 건설하고 글로벌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990억원을 쓴다.

현대일렉트릭은 투자비 가운데 2000억원가량을 변압기를 만드는 스마트팩토리(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공장) 등을 짓는 데 사용한다. 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마무리되면 이 회사 연매출은 지금보다 5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란 게 증권업계 전망이다.

현대일렉트릭은 현대중공업의 불가리아·중국 법인 등을 인수하는 데 793억원, 스위스에 연구소 등을 건설하는 데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중장기 비전인 ‘2021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