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그의 '신 유통 전략'을 통해 5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 ◎바이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그의 '신 유통 전략'을 통해 5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 ◎바이두
1682억위안(약 28조2912억원).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티몰'에서 지난 11일 하룻동안 이뤄진 거래액이다. 입이 떡 벌어졌던 지난해 거래액(약 20조3017억원)보다 39.3%나 더 늘어난 수준이다.

더 놀라운 건 알리바바의 물류 능력이다. 이날 거래가 가장 몰렸을 때는 초당 32만500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날 하룻동안 알리바바 결제 처리건수는 14억8000만건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물류 계열사인 '차이냐오'를 통해 전 지역 72시간 배달 시스템을 갖췄다.

'축포'를 터뜨릴만도 하지만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되려 5년 뒤를 걱정했다. 마윈 회장은 이날 중국중앙방송과의 인터뷰에서 "3~5년 안에 인터넷은 여전히 고속 성장하겠지만 5년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알리바바의 목적은 누구를 파괴, 타파하는 것이 아닌 사회 혁신의 엔진이 되는 것"이라며 "온라인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이 발전하지 못하면 모두 실패한다"고 역설했다.

광군제가 단순히 마윈 회장의 배를 불려주는 날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마윈 회장은 이날을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신(新) 유통 전략'을 실험하는 실험실로 보고 있다.

차이종신 알리바바 부회장은 지난 10일 광군제 미디어 브리핑에서 올해 광군제가 ▲대규모 거래 처리능력과 함께 ▲글로벌화 가속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를 끊김없이 연계하는 신유통 ▲오락형 소비 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 회장이 꿈꾸는 신 유통이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어 소비자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마윈 회장은 이미 지난 1월 헤마 슈퍼마켓과 인타임백화점 등을 인수했다. 이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이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를 인수한 것보다 앞선 것이다. 헤마와 인타임은 알리바바 인수 후 온라인 연계 마케팅으로 지난 3분기 매출이 모두 4배씩 뛰었다.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 기간에도 중국 전역에 약 10만개의 스마트 스토어를 선보였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알리바바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만져본 뒤 온라인으로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반대로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매장에 VR 시스템을 만들어 옷을 입어보거나 액세서리를 걸쳐볼 수 있는 가상현실 피팅룸 등 IT 기반 서비스존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이 스마트 스토어에서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시간을 보내거나 오락형 구매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알리바바는 또 동네 '구멍가게'들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링샤오퉁' 서비스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중국 전역의 60만여곳의 자영업자들이 알리바바를 통해 물건을 주문하는 서비스로, 이들에게 소비자 빅데이터를 제공한다.

알리바바는 이들을 통해 오프라인 파트너 매장 확대 및 온라인 방문자 수 증가 효과를 누리고 자영업자들에겐 데이터를 제공하는 '윈윈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나중에 이 오프라인 매장들을 배송지 또는 물류 창고로 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알리바바의 전략 중 또 하나는 '클라우드컴퓨팅'이다. 알리바바는 2015년부터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시스템 '루반'을 이용해 56억여개의 개인화된 맞춤형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소비자 개인의 기존 쇼핑 히스토리를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를 통해 방문자 수를 대폭 늘려 자신들의 컴퓨팅 능력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제에 이뤄진 거래에서 생성된 데이터 총량만 2억4600만 기가바이트"라며 "시간당 10만대의 서버가 가동됐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이 같은 실험으로 중국 전역에 자신들의 클라우딩 능력을 알려 기업 고객을 확보해나간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알리바바는 중신그룹, 중국화능그룹, 오포(ofo), 중국인민재산보험 등에 이어 필립스, 마오타이, 난징은행 등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향후 3년간 컴퓨팅 R&D에 15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