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엄마들 '이것' 챙겼나요?
임신 2개월 차에 접어든 김모씨(32)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엽산, 철분 등이 들어 있는 영양제를 주문했다. 며칠 전 처음 나간 태교모임에서 다른 임신부들이 임신 전부터 엽산이 함유된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김씨는 “임신한 뒤 술과 담배, 자극적인 음식 등 몸에 해로운 것들은 최대한 피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왔지만 영양제까지 챙겨 먹는다는 건 처음 알았다”고 했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 엄마’들 중 김씨처럼 엽산, 철분 등이 포함된 영양제를 전혀 섭취하지 않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엘코리아와 리서치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최근 임신 중이거나 3개월 이내에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 2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37명(15.5%)이 엽산이 함유된 영양제를 복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막아 무뇌아, 학습 장애 및 지적 장애, 척추 변형, 대소변 조절 기능 상실, 성기능 장애 등의 선천적인 기형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임신부들에게 엽산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태아 신경관 결손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65.4%에 달했다. 지난해 신경관 결손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250명이었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신경관 결손은 임신 초기에 결정되기 때문에 임신을 계획 중인 이들은 임신 전부터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임신부들은 권장량의 63.2%만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1년 이내에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까지 포함한 응답자 463명 중 36.7%는 엽산의 적정 섭취량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량이 급속히 증가하는 임신기에 임신부의 피로를 덜고 빈혈을 막아주는 철분 섭취도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신부 150명에게 철분 영양제 복용 여부를 물었더니 58명(38.6%)은 전혀 복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적정 권장량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2%가 모른다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임신부들의 실제 섭취량은 하루 권장량의 54.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비 엄마들의 식생활도 불규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9.3%(275명)는 하루 세 끼 중 한 끼 이상 굶는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바빠서 잘 챙겨 먹을 여유가 없어서’를 꼽은 사람이 전체의 54.5%(150명)로 가장 많았다.

원 교수는 “임신 중에는 영양소의 권장 섭취량이 임신 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음식 섭취만으로는 필요량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영양제 복용을 통해 임신부 권장 영양섭취 기준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