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6개월] 북핵 파고에 한반도 평화 여정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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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관계 외면하고 도발 거듭…북·미 '말폭탄' 거듭
한미관계 다지며 한중관계 조금씩 회복…국면전환 기대도 문재인 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외교·안보 정책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출범했지만 지난 6개월간 적잖은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해 줄기차게 고강도 도발을 감행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군사옵션까지 거론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지수는 크게 치솟았다.
여기에 최근 돌파구가 마련되긴 했지만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한중관계까지 얼어붙는 등 문재인 정부는 최악의 외교·안보 환경에서 첫 6개월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사실상 멈춰있던 정상외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빠르게 정상화됐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새 정부의 구상은 아직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과 3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탄탄한 대북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한중관계도 해빙기를 맞으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외교적 준비는 마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 北, 남북관계 외면하고 도발 거듭…북·미 '말폭탄'으로 위기감 고조
새 정부는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북한은 정부 출범 나흘만인 5월 14일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MB) '화성-12형' 1발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이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둔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고도화로 나아가겠다는 '마이 웨이'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북한은 이후 6개월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비롯해 각종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9발을 더 발사했다.
9월 3일에는 6차 핵실험까지 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친 북한의 도발에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베를린 구상'은 시동조차 걸기 힘들었다.
정부는 지난 7월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철저한 외면 속에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도 힘을 받지 못했다.
더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의 의견은 건너뛴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까지 일각에서 제기됐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맞서면서 한반도는 툭하면 위기설에 휩싸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언급한 8월 초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파괴'를 언급하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한 9월 말은 긴장지수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미 간 '말 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반도는 '6·25 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경고를 하면서도,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문재인 대통령 8·15 경축사)고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미국의 일방행동까지 견제해야 했다. ◇ 한미관계 '탄탄'·한중관계 '회복'…北도발 자제속 국면 전환 기대도
북한이 지난 9월 1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50일이 넘도록 이렇다 할 도발을 하지 않으면서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이나 8일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언급하지 않는 등 대체로 거친 언사를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김정은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북한을 향해 과거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을 언급할 때보다는 수위가 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도발 중단'이 지속하고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다면 지금의 긴장 국면은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물론 잠잠하던 북한이 갑자기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
김정은을 '폭군', '잔혹한 독재자' 등으로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빌미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이라도 발사하면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태도에 한반도 정세가 달린 상황이지만, 북핵 문제의 핵심 플레이어인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가 자리를 잡아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최대의 압박을 가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기존 전략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 "대한민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라며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문 대통령은 미국이 신경 쓰일 수 있는 '균형외교'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사드 논란으로 수교 이후 최악이라던 한중관계도 지난달 31일 양국이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차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핵 문제에 대해 더욱 긴밀한 협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간에는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지만, 북핵 대응이나 정상회담 등 나머지 사안은 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관계 다지며 한중관계 조금씩 회복…국면전환 기대도 문재인 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외교·안보 정책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출범했지만 지난 6개월간 적잖은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해 줄기차게 고강도 도발을 감행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군사옵션까지 거론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지수는 크게 치솟았다.
여기에 최근 돌파구가 마련되긴 했지만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한중관계까지 얼어붙는 등 문재인 정부는 최악의 외교·안보 환경에서 첫 6개월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사실상 멈춰있던 정상외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빠르게 정상화됐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새 정부의 구상은 아직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과 3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탄탄한 대북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한중관계도 해빙기를 맞으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외교적 준비는 마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 北, 남북관계 외면하고 도발 거듭…북·미 '말폭탄'으로 위기감 고조
새 정부는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북한은 정부 출범 나흘만인 5월 14일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MB) '화성-12형' 1발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이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둔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고도화로 나아가겠다는 '마이 웨이'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북한은 이후 6개월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비롯해 각종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9발을 더 발사했다.
9월 3일에는 6차 핵실험까지 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친 북한의 도발에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베를린 구상'은 시동조차 걸기 힘들었다.
정부는 지난 7월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철저한 외면 속에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도 힘을 받지 못했다.
더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의 의견은 건너뛴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까지 일각에서 제기됐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맞서면서 한반도는 툭하면 위기설에 휩싸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언급한 8월 초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파괴'를 언급하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한 9월 말은 긴장지수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미 간 '말 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반도는 '6·25 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경고를 하면서도,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문재인 대통령 8·15 경축사)고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미국의 일방행동까지 견제해야 했다. ◇ 한미관계 '탄탄'·한중관계 '회복'…北도발 자제속 국면 전환 기대도
북한이 지난 9월 1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50일이 넘도록 이렇다 할 도발을 하지 않으면서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이나 8일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언급하지 않는 등 대체로 거친 언사를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김정은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북한을 향해 과거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을 언급할 때보다는 수위가 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도발 중단'이 지속하고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다면 지금의 긴장 국면은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물론 잠잠하던 북한이 갑자기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
김정은을 '폭군', '잔혹한 독재자' 등으로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빌미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이라도 발사하면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태도에 한반도 정세가 달린 상황이지만, 북핵 문제의 핵심 플레이어인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가 자리를 잡아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최대의 압박을 가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기존 전략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 "대한민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라며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문 대통령은 미국이 신경 쓰일 수 있는 '균형외교'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사드 논란으로 수교 이후 최악이라던 한중관계도 지난달 31일 양국이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차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핵 문제에 대해 더욱 긴밀한 협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간에는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지만, 북핵 대응이나 정상회담 등 나머지 사안은 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