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다운이 인기라는데 어떤 게 좋냐?”

생전 옷이라곤 관심이 1도 없는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이 물었습니다. 혹한이 예상된다는 올겨울, 아웃도어 브랜드마다 TV광고를 열심히 하고 있던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질문이었죠. 그래서 입어 봤습니다. 10여 개 브랜드가 올겨울 주력상품으로 추천하고 있는 롱다운 30여 종을 추린 뒤 반나절가량 백화점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비교해 봤습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주관적 판단이긴 합니다.

일단 목적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뚱뚱해 보여도 상관없고 무조건 따뜻한 게 최고”라는 분들에겐 아이더의 ‘캄피로 리미티드 고어 윈드스토퍼 다운’(85만원·사진)을 추천하고 싶네요. 구스다운 함량이 높기 때문에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 정도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좀 가벼운 걸 선호한다면 노스페이스의 ‘히말라야 다운코트’(99만원)처럼 거위의 솜털 비중을 90%까지 높인 제품이, 추위를 아주 많이 타는 사람에겐 덥다고 느낄 정도였던 코오롱스포츠의 ‘안타티카 롱다운’(92만원)이 괜찮습니다.

롱다운이 인기라도 몸매를 포기할 수 없는 여성이라면 블랙야크의 ‘엣지 롱다운’(82만원)을 생각해볼 만합니다. 허리 라인이 적당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벌 사라고 한다면 K2의 ‘고스트 롱다운’(61만원)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보온성,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주머니가 많고 윈드스토퍼 재질로 만들었기 때문에 눈비에도 젖지 않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30만원대에서 고민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여러 겹 껴입는 걸 좋아하거나 가격, 슬림한 라인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레스터’(39만원)를 추천하고 싶네요. 지난해 ‘완판’(완전판매)된 모델인데요. 기본 스타일이지만 소매 사선 지퍼, 가슴 세로 지퍼 등으로 차별화를 뒀습니다. 가성비를 따지면 휠라의 ‘KNSB 스벤 롱다운’(29만9000원)과 유니클로의 ‘심리스 다운’(19만9900원)이 맨 앞에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롱다운이 인기를 끈 건 1988년 서울올림픽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선수들이 입었던 스포츠 브랜드의 롱다운이 인기를 끌었고 1990년대 농구 스타들이 사랑을 받으면서 ‘핫 아이템’이 됐죠. 한동안 시들했던 롱다운이 돌아온 건 ‘복고 트렌드’가 대세가 됐기 때문입니다. 다시 돌아온 롱다운, 이번 주말 영하까지 떨어지는 곳도 있다고 하니 간만에 쇼핑을 나서보면 어떨까요.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